신뢰를 사람이나 기관이 아니라, 구조와 기술에 맡기는 것이 블록체인 '핵심'

얼마 전 신년 저녁모임이 있었다.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재테크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블록체인 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내게 어떤 분이 물었다. "대표님은 비트코인을 믿으시나요?" 짧은 물음이지만 그 행간에는 많은 의미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맥락은 최근 호황인 국내 주식시장에 비해 가상 자산 시장은 추풍낙엽인 것을 어떤 의미로 보느냐는 것이다. 이에 답했다. "저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믿습니다."


우리는 보통 송금하거나 계약할 때 은행, 정부, 회사 같은 중앙관리자를 믿고 거래한다. 은행이 거래 내역을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수정을 한다. 



블록체인은 이 구조를 완전히 바꾼다. 중앙 관리자 없이, 참여자 모두가 같은 장부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기존의 시스템은 중앙에서 장부를 관리하고 관리자는 수정, 삭제가 가능하며 해킹이나 내부 오류 발생시 전체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 블록체인은 동시에 수만명에게 장부가 복사돼 있다. 한 사람이 기록을 바꾸면 즉시 들통이 나고 특정 기관이 망해도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신뢰를 사람이나 기관이 아니라, 구조와 기술에 맡기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막 기록할 수는 없다. 여러 거래가 모여야 하고 참여자들이 계산과 검증을 통해 '이 기록이 맞다'는 합의가 되어야 새로운 블록이 장부에 추가된다. 이것이 합의 메커니즘이다.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거나 이미 가진 자산을 담보로 검증에 참여하는 등 여러 방식이 있지만 핵심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맞음을 확인해야 기록이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블록체인에서는 기록을 조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의 거래소 해킹 문제나 가상 자산의 도난 문제는 블록체인의 문제가 아닌 중앙화거래소의 지갑의 보안문제이다. 과거의 어음이 회사의 믿음으로 만들어진 약속이라면, 블록체인은 기술의 믿음으로 만들어진 약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비트코인으로 접했기 때문인지 유독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하나로 보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나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믿는다. 나는 특정 자산의 가격 상승을 믿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방식의 변화를 본다. 단기적인 시장의 흥망과는 무관하게, 사람과 기관 대신 구조와 기술에 신뢰를 맡기는 세상은 이미 시작됐다. 가격은 오르내릴 수 있지만, 신뢰의 방식은 되돌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믿는다. 글 / 코인차트연구소 오세훈 소장


여의도 금융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해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까지 현재는 디지털자산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출처 : https://news.nate.com/view/20260205n33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