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올바른 규제인가

1.1 퍼블릭 블록체인과 규제

전통 금융이 블록체인을 수용하는 과정에서의 큰 걸림돌 중 하나는 기술의 부재가 아닌, 규제의 시차이다. 현재 일부 규제 당국이 퍼블릭 블록체인에 적용하려는 규제 프레임워크의 경우에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젤 위원회의 암호자산 노출도(Cryptoasset Exposures (SCO60))다. 이 문서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Permissionless) 상에서 발행된 대부분의 자산을 그룹 2b로 분류하여 1250%라는 징벌적인 위험 가중치를 부과한다. 이는 은행이 퍼블릭 블록체인 상의 토큰화된 자산을 1달러 보유하려면, 동일하게 1달러의 자기 자본을 쌓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사실상 은행들에게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말라는 금지 명령과 다름없다.



1.2 이분법과 시장 가치의 괴리

이러한 과도한 규제의 근본 원인은 낡은 이분법에 있다. 규제 당국은 여전히 블록체인을 "프라이빗은 통제 가능하므로 안전하고, 퍼블릭은 익명이며 통제 불가능하므로 위험하다"는 단순한 논리로 바라본다.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암호화폐 익스포저 건전성 표준(SCO60) 문서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을 비허가형(permissionless)과 동의어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허가형(permissioned)과 동의어로 취급하였다. 그들은 모든 퍼블릭 블록체인을 비트코인 초기 시절의 무법지대와 동일시하며, 퍼블릭 블록체인이 인프라로서 제공하는 압도적인 유동성, 상호운용성, 그리고 기술적 혁신이라는 시장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2025년 8월 유럽금융시장협회(AFME), 국제금융협회(IIF),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를 포함한 주요 글로벌 금융거래협회들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 암호자산 노출 기준(SCO60)의 일시 중단 및 재조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제출한 사건이다.


협회들은 현행 기준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징벌적인 자본 요건을 부과하고 있어 암호자산의 실제 위험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기존 시장 위험 관리 관행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실제 위험에 부합하고 규제 체계 내에서 책임 있는 혁신을 장려하는 보다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1.3 프로토콜 규제의 한계: 기술은 중립적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규제 기관은 왜 퍼블릭 블록체인을 두려워하는가? 핵심은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이다. 하지만 OMFIF 리포트는 프로토콜 자체를 규제하려는 시도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부적절함을 명확히 지적한다.


첫째, 책임 주체의 부재다. 기존 금융 규제는 중앙화된 운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구조다. 하지만 탈중앙화된 퍼블릭 블록체인에는 규제를 적용하거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단일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법정에 세울 수 없는 것과 같다.


둘째, 기술의 본질적 성격이다. 블록체인 프로토콜은 물리적인 장부(Ledger Book)와 유사한 하나의 기술일 뿐이다. 우리가 회계 장부라는 종이와 펜 자체를 금융 인프라로 규제하지 않듯, 기술인 프로토콜을 규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금융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범용 기술이므로, 이를 직접적으로 금융 시장 인프라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셋째, 계약 관계의 성립 불가다. 블록체인은 은행과 계약을 맺은 '제3자 서비스 제공자(Outsourced Provider)'가 아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것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행위이며, 여기에는 어떠한 계약 관계도 전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의 아웃소싱 규제나 관리 감독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4 기술이 아닌 행위를 규제하라

결국, "탈중앙화된 프로토콜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불가능하다." 기술은 그저 도구일 뿐,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의 칼날은 기술(Protocol) 자체가 아닌, 그 기술을 활용하여 실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자, 즉 금융 기관과 토큰 발행사(Issuer)로 향해야 한다. 기술은 이미 진화하여 퍼블릭이면서도 검증인을 선별할 수 있고, 개방형이면서도 자산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규제 당국이 기술의 '형태(Architecture)'만을 문제 삼아 '기능(Functionality)'을 외면하는 사이, 금융 혁신의 기회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체인을 쓰느냐"가 아니라, "발행사가 해당 체인 위에서 규제 준수 기능(AML, 제재, 자산 동결 등)을 수행할 수 있느냐"를 물어야 할 때다. 즉, 규제의 초점이 인프라의 형태에서 인프라의 기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두 가지 명확한 과제를 던진다.


라이선싱의 대상: 규제 당국의 라이선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그 위에서 자산을 발행하고 운용하는 발행사에게 부여되어야 한다. 최종적인 법적 책임은 기술이 아닌 발행사가 진다.


기술적 요구사항: 발행사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유동성과 확장성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통제권(Freeze, Clawback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준비된 인프라를 선택해야 한다.


이제 공은 발행사에게 넘어왔다. 발행사는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도 완벽한 통제권을 행사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이것이 바로, 이를 완벽히 충족하는 XRPL이 자산 통제 가능한 퍼블릭 블록체인으로서 규제된 블록체인 시대에 기관들의 강력한 선택지로 주목받는 이유다.


2. OMFIF의 규제 준수 8대 요건과 XRPL의 해답

규제 당국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OMFIF의 은행권 내 퍼블릭 블록체인 통합을 추진(Driving public blockchain integration in banking) 리포트는 이러한 규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여, 퍼블릭 블록체인이 규제 대상 금융 서비스의 인프라로 채택되기 위해 충족해야 할 기능적 요건(Functionality Requirements)을 명확히 제시한다.



2.1 OMFIF가 제시하는 기능적 요건

규제 당국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금융 시장의 안정성(Stability), 보안(Security), 무결성(Integrity)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금융 자산의 레일(Rail)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면, 규제 당국은 그 기술이 기존 금융 인프라 수준의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 활동을 감독하고 필요한 경우 법적 집행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 규제 당국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이러한 요구사항과 양립할 수 없다고 우려해 왔다. 탈중앙화된 구조가 통제 불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 덕분에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닐 수 있다. OMFIF는 규제 당국이 '프라이빗이냐 퍼블릭이냐'라는 형태에 집착하기보다, "해당 인프라가 규제 준수에 필요한 핵심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는가"라는 기능 중심의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OMFIF가 제시한 8가지 핵심 요건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진입하기 위한 '기준'이자 '기술적 표준'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2.2 XRPL가 제시하는 해답

놀랍게도 XRPL은 별도의 복잡한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없이, 원장(Ledger) 자체의 기본 기능(Native Features)만으로 이 OMFIF가 제시하는 아래 8가지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설계를 보여준다. 이는 XRPL이 태생부터 기관용 금융을 목표로 설계되었음을 증명한다.


2.2.1 자산 통제 (Asset Control)

규제 요구: 가장 중요한 요건은 발행사가 자신의 자산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법원 명령이나 규제 준수를 위해 특정 계좌의 자산을 즉시 동결(Freeze)하거나, 오송금되거나 범죄에 연루된 자산을 강제 회수(Clawback)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KYC(신원인증)를 통과한 승인된 지갑만 자산을 보유하도록 허가(Authorization)하는 화이트리스트 기능이 필수적이다.


XRPL 솔루션


이더리움 등 타 체인이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개별적인 스마트 컨트랙트(ERC-1404 등)를 개발하고 검증해야 하는 책임이 전적으로 개발자에게 있다면, XRPL은 이러한 통제 기능을 원장 자체의 네이티브 기능(Native Feature)으로 제공한다. 이는 코드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규제 준수의 강제성을 프로토콜 레벨에서 즉시 보장한다. 구체적인 구현 방식(IOU/MPT)은 3장에서 후술한다.


2.2.2 결제 완결성 (Settlement Finality)

규제 요구: 자본 시장에서 거래가 성립되려면 법적 정산(Legal Settlement)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려면, 거래가 확률적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확정성을 가져야 한다. "10분 뒤에 취소될 수도 있는 송금"은 금융 거래에 쓰일 수 없다.


XRPL 솔루션: 비트코인의 '확률적 완결성(Probabilistic Finality)'과 달리, XRPL은 독자적인 합의 알고리즘(FBA 파생)을 통해 결정적 완결성(Deterministic Finality)을 제공한다. 모든 거래는 3~5초 내에 완전히 확정되거나 실패하며, 일단 원장에 기록된 거래는 포크(Fork)나 롤백(Rollback)을 통해 절대 되돌릴 수 없다. 이는 금융 기관이 요구하는 '정산의 확실성'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보장한다.


2.2.3 운영 탄력성 (Operational Resilience)

규제 요구: 금융 인프라는 천재지변이나 해킹 등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없는 분산된 구조와 높은 가동 시간(Uptime)은 필수 요건이다.


XRPL 솔루션: XRPL은 2012년 출시 이후 12년 넘게 주요 퍼블릭 블록체인 중 가장 안정적인 가동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수차례의 대규모 스팸 공격과 부하 테스트 속에서도, 단 한 번의 장부 롤백(Rollback)이나 자산 손실 없이 거래의 무결성을 지켜낸 엔터프라이즈급 보안성을 입증했다.


2.2.4 기밀성 (Confidentiality)

규제 요구: 퍼블릭 블록체인의 투명성은 장점이지만, 금융 기관의 포트폴리오나 고객의 프라이버시까지 모두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규제 당국은 투명한 검증과 민감 정보의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한다.


XRPL 솔루션: XRPL은 현재 영지식증명(ZKP) 기술을 활용한 기밀 MPT(Confidential MPT)을 개발 중이며 2026년 1분기 출시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3자는 거래의 유효성만 검증할 수 있을 뿐, 거래 금액이나 잔액 같은 민감 정보는 암호화되어 보호된다. 또한, 규제 준수형 DID(탈중앙화 신원증명) 솔루션을 통해 온체인 신원을 증명하면서도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


2.2.5 처리량 및 수수료 (Throughput & Fee Stability)

규제 요구: 금융 인프라는 대량의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비용의 예측 가능성이 필수적이다. 시장 변동성에 따라 수수료(Gas Fee)가 수십 달러까지 폭등하는 네트워크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치명적이다.


XRPL 솔루션: XRPL은 네트워크 스팸을 방지하기 위한 소각 수수료 모델을 채택하여, 타 메인넷과 비교했을 때도 저렴한 수수료(건당 약 0.0002 XRP 내외)를 유지한다. 초당 수천 건(TPS)을 처리하는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변동성이 낮아, 기업은 운영 비용을 명확하게 산정하고 관리할 수 있다.


2.2.6 검증인 스크리닝 (Validator Screening)

규제 요구: 금융 거래를 검증하는 노드 운영자가 제재 대상 국가(예: 북한)나 범죄 조직과 연루되어서는 안 된다. 규제 기관은 "누가 내 거래를 검증하는가"를 확인할 수 있기를 원한다.


XRPL은 독자적인 합의 알고리즘을 위해 UNL(Unique Node List)이라는 고유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검증인 리스트(UNL)를 직접 선택하여 합의 과정에 참여시킨다. 이는 익명의 채굴자에게 의존하는 PoW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의 개방성을 유지하면서도 검증인의 신원과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XRPL만의 합의 메커니즘이다.



2.2.7 상호운용성 (Interoperability)


규제 요구: 발행된 자산은 특정 체인에 갇히지 않고(Vendor Lock-in 방지), 다른 네트워크나 레거시 금융 시스템과 자유롭게 연결되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XRPL 솔루션: XRPL은 엑셀라(Axelar), 웜홀(Wormhole) 등의 상호운용성 솔루션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체인 간의 자유로운 자산 이동을 보장한다. 특히 원장 자체에 내장된 DEX는 외부 브릿지 자산과 네이티브 자산 간의 즉각적인 교환을 지원하여, 발행된 RWA가 글로벌 유동성에 즉시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2.2.8 책임성 및 거버넌스 (Accountability)

규제 요구: 네트워크의 업그레이드나 중요 변경 사항이 소수 개발자의 독단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소재가 필요하다.


XRPL 솔루션: XRPL은 수정안(Amendment) 프로세스를 통해 프로토콜의 변경 사항을 투명하게 결정한다. 검증인 80% 이상의 동의가 2주간 지속되어야만 변경 사항이 적용되며, 이 모든 과정은 온체인에서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는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급진적인 변경을 방지하고, 생태계 참여자들의 합의에 기반한 책임 있는 거버넌스를 실현한다.




출처 : 디지털애셋 (Digital Asset) (https://www.digitalasset.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