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투명성”은 필요한가?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투명성이다. 누구나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보냈는지에 대한 정보가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공개되는 구조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이 시스템을 바라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얼마를 송금했는지, 특정 헤지펀드가 정확히 어느 시점에 투자를 집행했는지 경쟁사나 대중이 실시간으로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과 기업이 허용할 수 있는 정보 공개 수준은 엄연히 다르다. 기업 간의 구체적인 거래 내역이나 금융 기관의 투자 시점은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기밀 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현재의 블록체인을 기업들에 추천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은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관들에 실무적인 도구가 아닌 추상적인 이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


블록체인 프라이버시는 1) 완전 익명 프라이버시 2) 선택적 프라이버시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이 둘을 구분하는 핵심 기준은 “제3자가 검증을 요구했을 때, 사용자가 정보를 보여줄 수 있는가”에 있다.



출처=타이거리서치

모든 것을 숨기는 완전 익명 프라이버시


완전 익명 프라이버시는 말 그대로 모든 거래 정보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방식이다. 누가 돈을 보냈는지, 누가 받았는지, 그리고 금액이 얼마인지까지 전부 가린다. 이는 모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반적인 블록체인과 정반대 지점에 있다. 이 기술의 목적은 외부의 감시로부터 사용자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출처=타이거리서치, 로컬모네로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모네로(Monero)를 예로 들어보자. 모네로 네트워크의 거래 기록을 보면 일반적인 블록체인과 달리 거래 상대방이나 송금 규모를 전혀 알 수 없다. 구체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거래 금액(Output total): 구체적인 숫자 대신 ‘비공개(Confidential)’로 표시된다. 장부에는 기록되지만 제3자는 그 내용을 읽을 수 없다.


송금인 혼합(Ring Size): 실제로는 한 명이 돈을 보냈지만, 장부에는 여러 명이 동시에 보낸 것처럼 정보를 섞어버린다. 누가 진짜 발신자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사용자가 제어하는 선택적 프라이버시


선택적 프라이버시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되, 필요한 경우에만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지캐시(Zcash)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캐시 사용자는 거래 목적에 따라 두 가지 주소 중 하나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주소(Transparent Address): 여타 블록체인과 같이 모든 거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프라이버시 주소(Shielded Address): 거래 내용이 암호화되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출처=타이거리서치, 지캐시

위 이미지는 선택적 프라이버시 기술을 사용하는 지캐시가 어떤 정보를 암호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지캐시의 프라이버시 주소를 사용하면, 모든 내용이 공개되는 일반적인 거래와 달리 특정 정보를 외부에서 볼 수 없게 숨길 수 있다. 이 방식을 선택하면 거래 데이터는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암호화되어 마치 금고에 잠긴 상태로 저장된다.


이 시스템에서는 거래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인 ‘누가 보냈는지’, ‘누가 받았는지’, ‘얼마를 보냈는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가 이 암호화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열람 권한(Viewing Key)’이 필요하다.


주소 체계: 누구나 볼 수 있는 일반 주소(T)가 아닌, 암호화된 주소(Z)를 사용한다.


거래 기록: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거래가 발생했다는 흔적은 남긴다.


정보 보호: 금액, 발신자, 수신자 정보는 모두 암호화되어 제3자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열람 권한: 오직 ‘보기 전용 키(Viewing Key)’를 부여받은 사람만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거래 정보는 블록체인에 안전하게 기록하되, 그 내용을 누가 볼 수 있는지는 사용자가 직접 통제한다. 필요할 경우 금융 당국이나 거래 상대방에게만 열람 권한을 제공하여 거래 사실을 증명할 수 있고, 권한이 없는 나머지 제3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도록 차단한다.


출처 : 디지털애셋 (Digital Asset) (https://www.digitalasset.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