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투기 버블로 피로감이 쌓인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과 AI 결합 인프라를 중심으로 실물 기반 사례가 빠르게 늘며 기관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몰리고 있다.



우리는 LP, 다른 투자자, 창업자들을 만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싱가포르, 아부다비, 런던 어디에서 대화를 시작하든, 결국 이런 단순하고 가끔은 수사적인 질문으로 흘러가곤 한다.


“이게 진짜 뭔가요?” 그럴 법한 질문이다. 가상자산 생태계는 이제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을 비추는 기이한 거울이 됐다. 한편으로는 금융적 스펙터클이고, 한편으로는 사회 실험이자 집단적 착각에 가깝다. 암호학이나 블록체인 인프라에서 한 번의 진짜 혁신이 나올 때마다, 그 옆에는 열 번의 새로운 투기 놀이가 붙는다. 생태계 전반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더 이상 분노도, 부정도 아니다. 지금은 피로감에 가깝다.


지난 몇 년 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온갖 투기적 내러티브를 빠르게 갈아치웠다. 짧은 시간 안에 천문학적 밸류에이션으로 치솟았던 레이어1 블록체인, 문화를 약속했지만 현금쓸이로 끝난 NFT, 구름 위에 지어진 메타버스 부동산, 출시도 제대로 못 하고 무너진 ‘플레이 투 언(Play-to-earn)’ 게임들까지.


가장 최근 사이클에서는 밈코인(meme coin)이 홍수를 이루면서 토큰 수는 2022년 2만 개에서 오늘날 2700만 개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제 이들은 솔라나(Solana) 기반 일간 애플리케이션 수익의 6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각 사이클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내고, 투기 자본이 갈아타는 새로운 테이블을 차린다. 지금까지 이 시대 가장 성공한 리테일 대상 가상자산 애플리케이션 폴리마켓 같은 플랫폼도 역시 이 투기 버블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한 가지 현실만은 분명해졌다. 카지노는 항상 새 테이블을 찾아낸다.


그런데, 이 엄청난 투기 소음 아래에서 진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신호는 실물 영역으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미 스테이블코인 유통 규모는 2800억 달러를 넘었고, 기존 금융사들은 서둘러 대응책을 찾고 있다. 이 붐은 기관투자가와 자산운용사들의 시선이 ‘가상자산 투기’에서, 이제는 “파이프가 실제로 돌아가기 시작한 지금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안전한 결제·정산 레일의 장점이 가시화되면서다.


여기에 AI가 ‘인지’ 영역을 가속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검증 가능한 기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AI는 적응력과 추론, 속도를 더한다. 두 기술은 서로를 강력하게 보완한다. 변조 불가능한 데이터는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고, 똑똑한 모델은 분산 네트워크를 더 잘 굴린다. 이 조합은 이전에는 존재할 수 없었던 형태의 실사용 제품, 스스로 거래하고, 조정하고, 실시간으로 학습하는 자율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바로 이 접점에서 다음 장이 열린다. 금융 인프라, 글로벌 결제, AI 컴퓨팅 네트워크, 미디어, 통신 등 각 산업의 깊은 도메인 지식을 가진 창업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지능형 자동화의 결합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거대한 섹터들이다. 이건 더 이상 카지노판이 아니다. 가치와 데이터가 경제를 통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쓰려는 시도다.


문제는 돈이나 관심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왜 투자자가, 카지노를 우선해 온 산업에 확신을 가지고 자금을 배분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블록체인의 잠재력이 아무리 크다 한들, 너무 많은 프로젝트가 같은 이용자만 쫓고, 너무 많은 팀이 ‘바깥 세상’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제품을 설계해 왔다는 게 지금까지의 컨센서스였다.


그 결과, 이 생태계는 그저 풀리지 않은 잠재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가, 이제서야 마침내 방출될 순간을 앞두고 있다고 기관투자가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단계에 와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게 진짜냐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상당 부분은 진짜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분명히 ‘진짜’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가 10년 넘게 디지털 자산 분야에 몸담은 이후 처음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이 기술이 가상자산을 넘어서 금융, 무역, 미디어, 데이터 등 전방위 산업을 뒤흔들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잠재력 상당 부분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의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2026년이 이 공간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카지노는 여전히 돌아가겠지만,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빌더들이 결국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베팅하고 있고, 이 기술의 미래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낙관적이다.


출처 : 포춘코리아 디지털 뉴스(https://www.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