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함지현 기자] 최근 지캐시(ZEC)를 비롯한 프라이버시 코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과거엔 불법 자금 세탁의 수단으로 지목되던 프라이버시 기술이 이제는 기관용 블록체인 결제·정산 시스템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재조명받고 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알렉스 글루초프스키(Alex Gluchowski) 매터랩스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각) “기관이 블록체인 결제 및 정산 시스템을 활용하려면 시스템 수준의 프라이버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터랩스는 이더리움 레이어2 지케이싱크(ZKsync·ZK)의 개발사다. 그는 “은행과 자산운용사, 대기업은 결제 및 내부 자금 흐름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동시에 거래의 정확성을 검증 받아야 한다”며 “영지식증명(ZK) 기반 시스템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ZEC 급등 배경에는 ‘영지식증명 기술’

최근 지캐시(ZEC)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600달러를 넘어서는 등 프라이버시 자산들이 주목받고 있다. ZEC의 특징은 영지식 증명 기술을 기반으로 송신자, 수신자, 거래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 프라이버시 기능이다. 비트코인(BTC) 등 대부분의 디지털자산에서는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되는 것과는 다르다.

영지식 증명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진실만을 증명하는’ 암호 기술이다. 증명자(Prover)와 검증자(Verifier)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참, 거짓 여부를 검증한다. 다만, 검증자는 그 정보가 ‘참’이란 것 외에 다른 정보들은 일절 알 수 없다.

맥스 벨포트 디지털자산 애널리스트는 “BTC가 자유를 줬다면 ZEC는 그 자유를 보호하는 방패”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규제 회피 수단으로 여겨진 프라이버시 자산

그간 세계 금융당국들은 ZEC 등 프라이버시 자산을 규제 회피 수단으로 취급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댔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프라이버시 자산을 ‘고위험’으로 분류하고 규제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2027년부터 프라이버시 자산과 익명 디지털자산 계정 전면 금지를 결정했다.

이런 규제로 인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은 프라이버시 자산 거래 지원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이낸스는 올 상반기 ZEC를 상장폐지 후보 명단에 올리며 업계의 반발을 샀다.

앞서 국내 거래소 업비트는 2019년 ZEC, 대시(DASH) 등 프라이버시 자산을 ‘다크 코인’으로 규정하고 상장폐지했다. 이는 프라이버시 자산 중 모네로(XMR)가 성착취 및 인권 유린 영상이 유포된 ‘N번방’의 입장료로 활용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프라이버시 자산들은 추적이 어렵다는 특징을 앞세워 불법 자금 세탁에 활용되곤 했다.

“보안·유동성 둘 다 잡기 위해 프라이버시 기술 필수”

알렉스 글루초프스키는 프라이버시 기술이 불법 거래 수단이 아니라 기관들의 금융 서비스에 접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실제 결제와 정산을 블록체인으로 이전하는 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선 프라이버시 레이어가 필수적”이라며 ‘기관은 내부 흐름에 대한 완전한 가시성을 유지하면서도 외부에는 아무것도 노출되지 않는 비공개 실행 환경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업용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하이퍼레저(Hyperledger)나 코다(Corda)는 내부 데이터 보호에는 성공했지만 퍼블릭 블록체인과의 연결성이 부족해 유동성과 확장성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글루초프스키는 “ZKsync가 제시하는 새로운 모델은 로컬 체인과 ZK 증명 구조를 결합해 거래 데이터는 기관 내부에만 남기고, 퍼블릭 네트워크에는 ‘규칙이 위반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창립자는 ZKsync의 유동성 공유 모델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40개 기업이 1370억달러 규모의 디지털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디지털자산을 결제 등 금융 영역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글루초프스키는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관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이제 디지털자산 시장의 다음 성장 동력은 기관의 온체인 결제와 정산으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일부 금융기관이 ZKsync 기반 프라이버시 체인을 테스트 중이며, 첫 상용 배포는 연말 이전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저 : https://www.blockmedia.co.kr/archives/1004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