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블록체인 사업을 재정비하고 외연 확장에 나선다. 자회사 메타보라게임즈의 블록체인 플랫폼 '보라(BORA)'를 활용해 웹3 기반 게임을 출시하는 등 생태계를 넓혀 간다는 전략이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가 논의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사업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는 점이 시너지를 낼지도 관건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블록체인 사업 전담 자회사 메타보라(옛 프렌즈게임즈)의 싱가포르 법인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2022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싱가포르 규제가 엄격해진 데 따른 선택으로 풀이된다.
메타보라 싱가포르 법인은 2018년 '보라네트워크'로 출범했다. 메타보라의 담당 사업이 캐주얼 모바일 게임에서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으로 바뀌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후 싱가포르 법인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관련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시장이 침체됐다. 이 무렵 싱가포르의 결제서비스법(FSA)도 강화되는 등 규제가 엄격해진 영향도 컸다.
이는 메타보라 싱가포르 법인의 자본잠식으로 이어졌다. 법인의 자기자본은 2022년 마이너스(-)175억2420만원에서 2023년 -1156억9961만원으로 악화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사업 거점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세운 '메타보라게임즈 자유무역지구회사(METABORA GAMES - FZCO)'로 옮겼다.
올해 2분기엔 출자자(LP)로 참여하고 있던 '보라 에코시스템 펀드(Bora Ecosystem Fund)'의 지분도 정리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블록체인 플랫폼 '보라(BORA)'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펀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비핵심 사업 정리 목적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해당 펀드의 총포괄손익이 ▲2023년 -4억5500만원 ▲2024년 -3억53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를 면치 못한 데다, 지분 정리를 통해 재무 구조를 본업 중심으로 옮길 수 있어서다. 싱가포르 법인의 자본잠식이 이어지고 있던 상황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다만 회사는 펀드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운용사(GP) 중심으로 지분 구조를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임영준 공동대표 취임 이후 사업 재정비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로 분석된다. 메타보라 관계자는 "투자 전문성을 갖춘 운용사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게 효율적이란 판단 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해당 펀드는 현재 싱가포르 현지에서 GP가 계속 운영하고 있으며, 법인도 존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카카오게임즈는 메타보라 법인을 두바이로 옮긴 후 보라 네트워크의 온보딩 게임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발리게임즈와 개발한 라인 메신저 기반 미니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게임 '퍼즐앤가디언즈'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카이아와의 생태계 연동 계획도 밝혔다. 보라 생태계의 카이아의 합의 기반 유동성 프로토콜(CL) 기술을 연동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외부 체인과의 확장성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향후 새 브랜드 '보라 딥스'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게임즈의 웹3 사업 개발 조직과 메타보라 내부 개발 조직을 통합했다.
모회사인 카카오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준비 중인 점도 관전 포인트다. 메타보라로썬 '보라'의 인프라 확장 및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에 결제 솔루션 형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하는 시도가 늘고 있음을 감안하면, 향후 보라가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카이아와 같은 블록체인 플랫폼과의 연동을 시도하는 것 또한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카카오페이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카카오가 카카오톡 인프라를 활용해 유통하고, 카카오뱅크는 수탁·환매를 맡는 방식으로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그룹 내 블록체인 생태계 기반 인프라가 촘촘해지면서 기술 역량에 대한 투자가 강화될 수 있고, 메타보라가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선 카카오게임즈가 향후 카카오의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에 합류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해당 TF에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가 포함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활용성이 아직은 변수"라면서도 "정부 규제로 추진하지 못했던 사업 진출이 가능해진다면 성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taemvely@dealsite.co.kr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출저 : https://dealsite.co.kr/articles/149783
네이버 로그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