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대기 자금의 ‘드라이 파우더’ 고갈… 170억달러의 유출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격 상승의 연료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바닥을 찍으며 유동성 적신호가 켜졌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총은 지난 4월 2,800억달러 정점을 형성한 이후 꾸준한 유출세를 보이며 2,630억달러(약 353조원)까지 주저앉았다. 통상 테더(USDT)나 유에스디코인(USDC)의 시총 증가는 법정화폐가 온체인으로 유입되어 현물 매수를 준비하는 대기 자금 확대를 뜻하지만, 170억달러가 증발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수익을 확정 짓고 은행 계좌 등 전통 금융권으로 자금을 완전히 회수했음을 의미한다.

가격 반등과 유동성 축소의 괴리… 8만달러 수성에 드리운 암운

더 큰 문제는 비트코인의 시세 반등과 온체인 유동성 지표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7~8월 5만 8,000달러선까지 밀린 뒤 8만달러선을 일시 회복하는 등 반등 탄력을 보였으나, 정작 이를 뒤받쳐주어야 할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은 오히려 10월 한 달 동안만 69억달러가 추가 증발했다. 신규 자본의 진입 없이 기존 유동성의 회전 매매만으로 가격을 밀어 올린 '취약한 랠리'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결국 매수 벽이 얇아진 상황에서 거시경제 고금리 지속과 미국 중간선거 불확실성이 겹치자 비트코인은 8만달러 안착에 실패하고 다시 7만달러 후반대로 미끄러졌다.

바이낸스 금고 340억달러로 축소… 63억달러 해킹이 부른 거래소 불신

거래소 내부의 유동성 마름 현상은 바이낸스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중앙화 거래소에 예치된 스테이블코인의 약 70%를 틀어쥐고 있던 바이낸스의 보유 잔고는 90일 이동평균 기준 510억달러에서 340억달러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북한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에 의해 터진 63억 4,000만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침해 사고는 불붙은 유동성 위축에 기름을 부었다. 발행사들의 긴급 조치로 28억 5,000만달러가 동결되고 바이낸스가 사재를 털어 98%를 메웠다고 밝혔으나, 대형 기관과 고액 자산가들이 거래소 안전성에 의구심을 품고 자금을 콜드월렛이나 현금으로 철수시키면서 거래소 오더북의 매수 깊이(Market Depth)는 급속도로 얕아졌다. 시장 전문 분석가 다크포스트가 지적했듯, 실물 자금의 추가 유입과 거래소 신뢰 회복 없이는 추가적인 매도 압력에 시장 전체가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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