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Stripe)가 삼성월렛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바로 살 수 있는 구매 인프라를 제공한다. 미국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는 이제 평소 쓰던 삼성월렛 안에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를 사고, 보관하고, 보낼 수 있게 됐다. 빅테크 모바일 지갑과 글로벌 결제 인프라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대중화의 문을 연 셈이다.

스트라이프는 5일(현지시간) 자사 '크립토 온램프(Crypto Onramp)'가 삼성월렛에 새로 생긴 '스테이블코인 계정(Stablecoin Account)'의 구매 기능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미국 내 약 8200만 대의 호환 갤럭시 기기를 쓰는 이용 조건 충족 고객이다. 이용자는 삼성페이, 신용·체크카드, 미국 은행 계좌이체(ACH)로 USDC를 살 수 있다.

크립토 온램프는 법정화폐를 가상자산으로 바꿔주는 '진입로' 역할을 하는 서비스다. 거래 과정에서 필요한 본인 확인(KYC), 규제 준수, 사기 방지는 모두 스트라이프가 처리한다. 삼성은 사용자 경험에, 스트라이프는 금융 규제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분업 구조다. 스트라이프는 이번 발표와 함께 크립토 온램프를 쓰는 다른 기업들도 삼성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붙일 수 있게 했다.

코인 앱 없이 '지갑 속 달러'…솔라나 기반 USDC

삼성월렛 스테이블코인 계정은 솔라나(Solana)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된 USDC를 지원한다. 가장 큰 특징은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별도의 가상자산 앱을 깔거나 어려운 개인키를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다. 신용카드, 탑승권, 신분증을 담아두던 바로 그 지갑 화면에 달러 잔고가 하나 더 생기는 방식이다.

송금 기능도 눈에 띈다. 다른 삼성월렛 이용자나 호환되는 외부 가상자산 지갑으로 USDC를 보낼 때 삼성이 따로 받는 수수료는 없다. 60개국 이상의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기능도 지원해, 해외 송금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관 구조는 규제 대상 파트너가 맡는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배스천(Bastion)이 계정 운영과 이체 인프라를 담당하고, 코인베이스 프라임 볼트가 하위 수탁을 맡아 USDC를 보관한다.

이용 대상은 미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삼성 계정을 보유하고 안드로이드 13 이상의 호환 갤럭시 기기를 쓰는 이용자다. 뉴욕주 거주자는 이번 서비스에서 제외됐다.

갤럭시 언팩에서 예고, 석 달 만에 상용화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에서 삼성월렛의 스테이블코인 지원 계획을 처음 내비쳤다. 당시 시연 화면에 USDC가 등장해 시장의 관심이 쏠렸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파트너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10월 7일 미국 법인을 통해 공식 발표가 나왔고, 당초 10월 마지막 주로 예정됐던 출시는 11월 초로 다소 늦춰졌다.

채원철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월렛팀장(부사장)은 갤럭시 이용자들이 복잡한 기존 가상자산 도구를 거치지 않고도 스테이블코인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솔라나가 삼성 규모의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은 다음 단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그리고 현지 규제에 맞춘 추가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송금과 보관을 넘어 실제 '결제 수단'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트라이프, 비트코인 포기 8년 만에 스테이블코인 '올인'

이번 협력은 스트라이프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스트라이프는 2018년 느린 처리 속도와 높은 실패율을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 지원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2025년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브리지(Bridge)와 지갑 기업 프리비(Privy)를 잇달아 인수하며 방향을 틀었다. 올해 3월에는 스트라이프가 지원하는 블록체인 템포(Tempo)가 메인넷을 가동했고, 9월에는 안드로이드용 크립토 온램프 개발 도구에 삼성페이를 추가하며 이번 협력의 사전 작업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이번 서비스의 파급력을 '유통망'에서 찾는다. 가상자산 거래소나 전문 지갑은 이용자가 직접 찾아와 가입해야 하지만, 삼성월렛은 이미 수많은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돼 있다. 앱 업데이트만으로 수천만 명이 스테이블코인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솔라나 네트워크의 USDC 보유 계정 수는 8월 약 810만 개에서 11월 초 1000만 개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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