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가 바이낸스 해킹 직후 30분 안에 15억 달러(약 2조 원대) 이상의 USDT를 동결하며 북한 해커 조직의 자금 세탁 시도를 막아섰다. 가상자산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 이번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신속한 대응이 피해 확산을 막는 결정적 방어선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해킹 발생 30분 만에 동결… "자금 이동·스왑·세탁 원천 차단"

테더는 지난 2일, 10월 29일 바이낸스가 공격을 받은 뒤 30분 이내에 15억 USDT 이상을 동결해 관련 자금의 이체와 교환, 세탁을 막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CEO는 10월 30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바이낸스 해킹 가능성과 연관된 약 15억 6700만 USDT를 동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르도이노 CEO는 이번 대응이 범죄자들이 USDT를 피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킹 직후 수 분 만에 팀이 15억 달러 넘는 자금을 묶었으며, USDT는 탈취 자금을 숨기기에 적합하지 않은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 피해 규모 63억 달러… 가상자산 역사상 최대 해킹

이번 사건은 피해 규모부터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바이낸스는 보안 침해로 약 63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영향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약 30억 달러가 동결됐고 손실은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바이비트(Bybit) 해킹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이다. 

테더뿐 아니라 서클(Circle)과 리플(Ripple) 등 여러 가상자산 기업도 해킹 연관 자금 동결에 나섰다. 발행사가 직접 자산을 통제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특성이 대형 해킹 대응에서 실질적인 안전장치로 작동한 셈이다. 

■ FBI "북한 소행" 공식 지목… 핵·미사일 자금줄 의혹

배후로는 북한이 지목됐다. FBI는 10월 31일 북한이 10월 29일경 바이낸스에서 60억 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고 발표하며, 이를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 활동으로 규정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의 판단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TRM랩스는 토네이도캐시 소액 출금으로 운영 지갑에 자금을 대고, 탈취 훨씬 이전부터 준비 작업을 진행했으며, 미리 확보한 서명을 한꺼번에 실행하는 방식 등이 바이비트 해킹과 2026년 4월 켈프다오(KelpDAO) 해킹 등 기존 북한 연계 사건과 닮았다고 분석했다. 체이널리시스 역시 해킹 직후 수 시간 동안 관측된 온체인 활동을 근거로 북한 사이버 범죄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탈취 자금의 용처다. 미국 당국은 가상자산 탈취가 북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핵심 자금원이라고 거듭 경고해 왔다. 한편 북한 측은 이번 해킹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동결 피하려 디파이로 우회… 세탁 시도는 계속

다만 해커들의 자금 세탁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이틀 동안 2억 4200만 달러를 이동시켰으며, 스테이블코인 동결을 피하기 위해 디파이(DeFi) 예치 영수증 토큰을 활용하는 수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행사 동결이 미치지 않는 탈중앙화 경로를 통한 세탁이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테더 누적 동결액 70억 USDT… 73개국 360여 개 수사기관과 공조

테더의 범죄자금 동결 실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테더는 이번 바이낸스 건을 포함해 세컨더리 마켓 주소에서 누적 70억 달러 이상의 USDT를 동결했으며, 이 중 약 12억 달러는 재발행을 통해 정당한 소유자나 수사기관에 반환했다. 

테더는 73개국 360곳 이상의 수사기관과 협력해 불법 거래를 추적하고 있으며, 10월 31일 기준 3590개 지갑에서 약 16억 USDT를 미국 당국과 함께 동결했다. 또 2026년 4월 북한 연계 해커들이 드리프트(Drift) 거래소에서 약 2억 8500만 달러를 탈취했을 당시에는 피해 이용자 지원을 위해 1억 2750만 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 업계 시사점…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 새 변수"

이번 사건은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발행사가 동결·재발행 권한을 통해 범죄자금을 신속히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은 자금세탁방지(AML) 측면의 강점으로 부각된다. 반면 특정 기업이 사용자 자산을 일방적으로 묶을 수 있다는 점은 탈중앙화 원칙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거래소 보안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세계 최대 거래소마저 북한 해커의 표적이 된 만큼, 콜드월렛 관리와 다중서명 체계 등 거래소 내부 통제 기준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디지털상공회의소도 이번 해킹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 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한 블록체인 보안 업계 관계자는 "북한 해킹 조직은 탈취부터 세탁까지 이미 체계화된 공정을 갖추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즉각 동결, 분석업체의 실시간 추적, 수사기관 공조가 하나로 맞물려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https://blockchai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