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달러에서 ‘테크달러’로: 통화 패권의 대전환

미국 재무부 수장이 가상자산을 규제와 단속의 대상이 아닌, 21세기 달러 패권을 수호할 핵심 전략 자산으로 공식 천명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리플 스웰 콘퍼런스에서 밝힌 구상의 핵심은 기축통화의 패권 축이 군사적 투사력에서 기술적 우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과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듯, 디지털자산 원장과 결제 레일의 지배권을 장악하는 것이 곧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표준을 선점하는 길이라는 진단이다. 과거 석유 결제를 달러로 묶어냈던 페트로달러 체제가 흔들리는 국면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화된 달러를 지구 전역에 깔아버리는 ‘테크달러’ 체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신흥국 침투와 美 국채 유동성 흡수

베선트 장관이 주목한 가장 구체적인 무기는 스테이블코인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0% 이상이 달러 연동 토큰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신흥국 국민들이 자국 통화의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가치 폭락을 피해 디지털 달러를 자발적으로 흡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기성 은행 계좌나 전통 달러 현찰이 침투하지 못했던 음영 구역에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영향력을 확장하는 신시장 개척 효과를 낳는다. 더욱 결정적인 대목은 준비자산의 순환 구조다.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담보금의 대부분을 미국 단기 국채로 채워 넣으면서,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곧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미국의 국가 부채를 인수해 주는 안정적인 국채 매수 기반으로 직결된다. 달러의 영향력 확대와 미국 재정 적자 조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블록체인이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구조다.

입법 교착을 뚫는 행정 드라이브와 은행 옥죄기 해소 과제

의회 차원의 포괄적 암호화폐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재무부가 SEC 및 CFTC와의 공조를 통해 행정 규제망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은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걷어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행정 규칙은 의회 입법에 비해 정권 교체에 취약하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지만, 규제 기관 간 관할권 분쟁을 잠재우고 기업에 즉각적인 영업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과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가상자산 기업들을 금융망에서 퇴출시켰던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과 같은 은행 계좌 개설 차단 관행을 재발 방지 안전장치로 뿌리 뽑겠다고 공언한 점은, 규제 완화와 제도권 금융 연계를 가속화해 미국 내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정책 신호로 풀이된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가상자산 및 금융투자상품 매매에 대한 투자 권유나 법적 자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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