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이 공동 창업한 인간 증명(Proof of Human) 네트워크 월드(World)가 은행·금융기관을 겨냥한 월드ID 솔루션을 내놓았다. 생성형 AI로 만든 가짜 신원과 딥페이크 사칭이 금융 사기의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르자, 블록체인 기반 신원 인증 기술을 금융권의 보안 인프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월드 공동 창업자 알렉스 블라니아(Alex Blani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핀테크 행사 '머니20/20(Money20/20)'에서 '금융권을 위한 월드ID(World ID for banking and finance)' 출시를 발표했다. 해당 솔루션은 발표와 동시에 이용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고객 계정 관리와 직원 내부 업무, AI 에이전트가 개입하는 업무 전반에서 딥페이크 사기와 AI 사칭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월드ID가 특정 산업을 겨냥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는 AI 사칭이 미치는 파급력과 부정거래로 인한 피해 규모를 고려해 첫 공략 대상으로 은행·금융 분야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AI 사기 손실 2027년 400억 달러 전망…”상대가 진짜 사람인가"가 금융권 핵심 과제로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AI 기반 금융 사기 위협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는 미국 내 AI 기반 사기 손실액이 2023년 약 123억 달러에서 2027년 400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생성한 가짜 얼굴과 목소리가 정교해지면서 금융기관이 온라인 창구나 화상회의에서 마주한 상대가 실제 당사자인지 가려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와 거액의 자금 결정이 오가는 은행·자산운용 업무에서는 한 번의 사칭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월드ID 앱·줌용 월드ID·에이전트용 월드ID…3개 서비스로 구성

금융권을 위한 월드ID는 세 가지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다.

첫째, 월드ID 앱(World ID app)은 AI 시대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각종 증명을 발급받고 관리·제시할 수 있는 지갑 앱이다. 이용자는 이를 통해 인간 증명을 비롯한 신원 관련 증명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줌용 월드ID(World ID for Zoom)는 실시간 화상회의에서 상대방이 딥페이크가 아닌 실제 사람인지 확인하는 기능이다.

셋째, AI 에이전트용 월드ID(World ID for Agents)는 이용자가 자신에 관한 증명을 생성해 AI 에이전트에 위임하면, 에이전트가 이를 제3자 플랫폼에 제시해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개발 도구로 에이전트키트(Agent Kit)가 함께 제공된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에 '이 에이전트가 실제 인증된 사람의 위임을 받았는가'를 확인하는 장치인 셈이다.

월드는 여기에 양자컴퓨팅 위협에 대비한 암호학적 증명 검증 기능을 더해,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과 에이전트 모두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산드로 헤르비히(Sandro Herbig) 툴스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TFH) 사장은 “AI가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사기를 줄이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 개인에게 자신에 관한 증명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권을 위한 월드ID는 기업의 내부·외부 시스템에 AI 위협에 대응하는 신뢰 체계를 더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베인캐피탈·반에크·판테라캐피탈 등과 금융 활용 모색

월드는 오픈익스체인지(OpenExchange), 베인캐피탈(Bain Capital), 반에크 펀드(VanEck Funds), 판테라캐피탈(Pantera Capital), 아웃테이크(Outtake) 등을 설계 협력사(design partners)로 두고 인간 증명 인프라를 은행·금융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전통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 크립토 전문 벤처캐피털이 고루 참여했다는 점에서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업계 양쪽의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브 인증 이미지·실시간 셀피·회의 화면 3중 대조…일치하면 '휴먼 배지' 표시

이번 발표의 핵심 기능인 줌용 월드ID는 월드의 인간 증명 기술과 줌의 실시간 미디어 스트림(Realtime Media Streams·RTMS)을 결합했다. 단순히 영상이 조작됐는지 탐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회의에 참여한 사람이 사전에 인증된 실제 당사자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검증의 기준점은 월드의 홍채 인증 기기 '오브(Orb)'다. 시스템은 참가자가 처음 오브에서 인증할 때 촬영돼 암호학적으로 서명된 이미지, 참가자 기기에서 실시간으로 촬영한 얼굴 이미지, 다른 참석자에게 보이는 실시간 영상 프레임 등 세 가지를 대조한다. 세 정보가 모두 일치하면 참가자 화면에 '휴먼 배지(Human Badge)'가 표시된다. 하드웨어 기반의 최초 인증을 현재 회의 속 인물과 연결하는 구조로, 참가자는 몇 단계의 얼굴 인증만으로 자신이 딥페이크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

툴스 포 휴머니티, 줌 ISV 익스체인지 프로그램 합류…기업 사무실에 오브 설치 요청 가능

월드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툴스 포 휴머니티는 줌(Zoom)의 독립 소프트웨어 공급사(ISV)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ISV 익스체인지는 줌이 선정한 외부 소프트웨어를 자사 플랫폼에서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줌 엔터프라이즈 고객은 줌 앱 마켓플레이스(Zoom App Marketplace)에서 줌용 월드ID를 구매해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고, 일회성 인간 증명에 쓰이는 오브를 사무실에 설치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아제이 파텔(Ajay Patel) 툴스 포 휴머니티 월드ID 총괄 겸 최고매출책임자(CRO)는 “AI가 온라인 소통 방식을 바꾸면서 인간 증명은 있으면 좋은 기능을 넘어 필수 신뢰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줌 ISV 익스체인지 참여로 기업들은 신뢰가 가장 필요한 업무 과정에 인간 증명을 직접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브렌던 이텔슨(Brendan Ittelson) 줌 최고생태계책임자(CEO, Chief Ecosystem Officer)는 "신뢰는 소통과 비즈니스의 기본이며 이를 지키려면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줌용 월드ID 제공으로 실제 사람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중요한 대화의 신뢰도를 높이는 도구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서 기업·AI 에이전트로…월드ID, ‘AI 시대 신뢰 인프라'로 확장

이번 발표는 월드ID의 활용 영역이 소비자 서비스에서 기업과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툴스 포 휴머니티는 지난 4월 줌, 도큐사인(Docusign), 옥타(Okta), 버셀(Vercel), 틴더(Tinder)와의 파트너십 및 연동, AI 에이전트용 도구를 발표한 바 있다. 월드는 이번 머니20/20 발표에 이어 줌토피아(Zoomtopia)와 클라우드플레어 커넥트(Cloudflare Connect)에서도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기술 소개를 이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출시를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 신원증명(DID) 기술이 실제 금융 보안 수요와 맞물린 사례로 보고 있다. 다만 홍채 생체정보를 활용하는 오브 방식은 그간 여러 국가에서 개인정보 보호 논란과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아온 만큼, 보수적인 금융기관들이 실제 도입에 얼마나 속도를 낼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한편 월드는 샘 올트먼, 알렉스 블라니아, 맥스 노벤스턴(Max Novendstern)이 공동 개발한 프로젝트로, AI 시대 모든 인류가 익명으로 인간임을 증명하고 금융과 연결에 접근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인간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툴스 포 휴머니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두고 월드머니 앱과 월드ID 앱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https://blockchai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