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릭스방크, 3년 만에 '디지털 크로나' 입법 준비 의회 촉구

현금 없는 사회의 선두주자인 스웨덴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크로나(e-krona)'의 도입 채비를 공식적으로 재개했다.

15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중앙은행 릭스방크(Riksbank)는 스웨덴 의회(릭스닥) 재무위원회에 제출한 공식 서한을 통해 디지털 크로나 도입을 위한 법률 및 제도적 준비를 즉각 개시할 것을 권고했다. 릭스방크가 의회에 정식 입법 절차를 요청한 것은 지난 2023년 스웨덴 정부 특별조사위원회가 디지털 크로나의 즉각적인 발행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지 3년 만이다.

릭스방크는 결제 시장의 급격한 디지털화와 지정학적 통화 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꼽았다. 실제 발행 결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미래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과 주권을 방어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사전 입법 환경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유로 2029년 상용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침투 경계

릭스방크가 입장을 선회한 핵심 배경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디지털 유로' 로드맵과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침투 위험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의 ECB는 내년 디지털 유로의 대규모 시범 운용을 거쳐 2029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본격 공급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스웨덴은 EU 회원국이지만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독자 통화국이다. 국경을 맞댄 유럽 전역에서 디지털 유로가 통용되기 시작할 경우, 스웨덴 국내 상거래 및 대외 무역 결제에서 크로나화가 배제되고 유로화로 대체되는 '디지털 달러화/유로화(Digital Dollarization)'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테더(USDT), 서클(USDC) 등 미국 달러에 페깅된 스테이블코인이 국경 간 결제와 전자상거래 수단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자국 통화 결제 인프라의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릭스방크는 서한을 통해 "외국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매력적인 대안 결제 수단으로 수용될 경우, 스웨덴 국내에서 크로나화 사용 자체가 강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에만 5년 소요… 선제적 법적 근거 수립이 관건

릭스방크는 디지털 크로나의 기술적 인프라를 완성하고 대중 결제망에 안착시키기까지 법률 제정 기간을 제외하고도 최소 5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위기 국면이 닥쳤을 때 준비를 시작하면 이미 외국 통화 기반의 민간 결제 인프라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비상 결제 기능, 은행 예금과의 공존 방안,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등을 규정할 법률 체계를 지금부터 의회가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릭스방크 단독의 디지털 크로나 발행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종 도입은 스웨덴 의회의 입법 승인과 정부 정책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러나 선진국 중앙은행 중 가장 앞서 현금 없는 결제 환경을 구축했던 스웨덴이 디지털 통화 주권 수호를 위한 법제화에 시동을 걸면서, 유럽 내 비유로존 국가들의 CBDC 도입 논의에도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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