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핀테크 전문 은행 크로스리버뱅크(Cross River Bank)가 리플(Ripple)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자사 핵심 뱅킹 인프라에 결합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거래소 안의 투자 자산을 넘어 은행 결제망 한가운데로 진입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통합의 핵심은 '단일 API'다. 크로스리버뱅크와 거래하는 핀테크 기업들은 별도의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가상자산 사업자와 따로 계약할 필요 없이, 기존에 쓰던 은행 API 연결 하나로 RLUSD 기반 결제 기능을 서비스에 붙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핀테크 업체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하려면 커스터디, 지갑, 온·오프램프 사업자를 각각 연결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지원 범위도 넓다. 크로스리버뱅크는 기존 ACH(미국 자동결제망)와 계좌 이체 같은 전통 결제 수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RLUSD를 활용한 연중무휴 24시간 결제, 국가 간 송금, 기업 자금관리(트레저리) 이체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은행 영업시간과 주말, 공휴일에 묶여 있던 달러 결제가 블록체인 위에서 실시간으로 처리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 "은행 밖 코인"에서 "은행 안 결제 레일"로

이번 소식이 갖는 의미는 스테이블코인의 위상 변화에 있다.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매매 대금이나 투자 대기 자금으로 쓰였다. 그러나 규제를 받는 은행이 이를 코어 뱅킹 시스템에 직접 연결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망과 나란히 작동하는 '또 하나의 결제 레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크로스리버뱅크는 리플과 인연이 깊은 은행이다. 이 은행은 2014년 리플의 결제 프로토콜을 도입해 미국과 유럽 간 실시간 해외송금을 시도한 미국 내 초기 파트너 은행 가운데 하나다. 10여 년 만에 송금 프로토콜 협력이 규제형 스테이블코인 통합으로 한 단계 진화한 셈이다.

크로스리버뱅크는 대형 핀테크 기업들의 '뒷단 은행' 역할로 잘 알려져 있다. 코인베이스, 스트라이프, 어펌 등 굵직한 핀테크 기업이 이 은행의 고객사로 알려져 있어, 이번 RLUSD 통합이 실제 핀테크 서비스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 리플의 RLUSD 확장 전략, 기관 금융 정조준

이번 통합은 리플이 RLUSD의 쓰임새를 기관 금융과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넓혀가는 전략의 연장선이다. RLUSD는 미국 달러 예금과 단기 미국 국채 등으로 담보되는 규제형 스테이블코인으로, 2024년 12월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S) 승인을 받아 출시됐다. 이후 리플은 자사 기업용 결제 플랫폼에 RLUSD를 결합하고, 주요 거래소 상장을 늘리며 유통 기반을 넓혀 왔다.

업계에서는 리플이 단순히 XRP 레저 생태계를 키우는 것을 넘어, 은행·결제사·자산운용사가 실제로 쓰는 '기관용 디지털 달러'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본다. 테더(USDT)와 서클(USDC)이 양분해 온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RLUSD가 규제 친화성과 은행 네트워크를 무기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 한국 시장에 주는 시사점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번 사례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자체 인프라에 통합하고, 핀테크 기업이 API로 이를 손쉽게 가져다 쓰는 구조는 향후 국내 은행권과 핀테크 업계가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외송금과 기업 자금관리 분야는 스테이블코인의 실효성이 가장 먼저 검증될 영역으로 꼽힌다. 수수료와 시간 부담이 큰 기존 국제송금 구조를 블록체인 기반 결제가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은행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가 앞으로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의 승부처는 결국 누가 더 많은 은행과 결제 인프라에 들어가느냐"라며 "크로스리버뱅크 사례는 규제형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금융의 기본 부품으로 편입되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출처: https://blockchai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