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뒤에 숨겨진 악성 칩셋… 시드 구문 탈취 확인

글로벌 하드웨어 지갑 제조사 렛저(Ledger)가 최근 발생한 대규모 가상자산 도난 사건과 관련해 기기 내부에서 무단 장착된 '하드웨어 임플란트(물리적 도청 모듈)'를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2일 보안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렛저는 피해 기기를 정밀 분석한 결과, 기기 디스플레이 후면 등에 비인가 회로가 강제로 삽입된 물리적 조작을 적발했다. 해당 악성 부품은 사용자가 기기를 처음 켤 때 화면에 표시되는 24개 단어의 복구 구문(마스터 키)을 가로채 셀룰러 통신망 등을 통해 공격자 서버로 유출하도록 정밀하게 개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렛저 측은 기기 자체의 보안 칩과 펌웨어는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나, 복구 단어가 화면에 렌더링되는 물리적 접점을 중간에서 도청당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본사 서버·시스템은 무결”… 동남아 리셀러 유통 단계서 변조

렛저는 자사 서버나 핵심 인프라가 뚫린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본사 공식 웹사이트에서 직배송된 제품에서는 이러한 변조 기기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오직 동남아시아 공식 인증 판매처인 '크립토빌리스(CryptoBilis)'를 통해 출고된 재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격자들은 본사 공장에서 정상 출고된 완제품이 리셀러 창고를 거쳐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유통 중간 단계를 가로채 기기를 분해·개조한 뒤 재포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태가 커지자 크립토빌리스는 모든 하드웨어 지갑의 판매와 배송을 일시 중단하고 사법 당국 및 렛저 보안팀과 함께 유통 경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액 8600만 달러 돌파 추정… “미사용 기기 설정 즉시 중단해야”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이번 공급망 침해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 총 8,600만 달러(한화 약 1,200억 원)에서 최대 9,300만 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이 비정상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테더 측은 사건 연루 주소에 묶인 USDT 약 1,000만 달러를 선제적으로 동결 조치했다.

렛저는 최근 3개월 이내에 크립토빌리스를 통해 기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주의를 당부했다. 아직 개봉하지 않았거나 초기 설정을 진행하지 않은 기기는 절대 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미 해당 기기에 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사용자의 경우, 해당 기기에서 생성된 복구 구문 자체가 이미 공격자에게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검증된 타사 기기나 안전한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복구 구문'을 생성해 잔여 자산을 즉시 전액 이전하라고 촉구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완전히 단절된 콜드월렛이라도 유통 과정에서 물리적 부품이 조작되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공인 리셀러라 할지라도 유통 단계가 복잡한 오픈마켓이나 중간 유통망 대신 제조사 공식 직배송 경로를 이용하고, 포장 봉인 훼손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가상자산 및 금융투자상품 매매에 대한 투자 권유나 법적 자문 책임을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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