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수탁기관 빗장 해제… 주 인가 신탁사 참여 및 자체 보관 허용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수탁 규제를 전면 손질하는 맞춤형 개정안을 발표했다. 엄격한 외부 적격 수탁기관(Qualified Custodian) 이용 의무에 묶여 있던 등록 투자자문사(RIA)와 공모 펀드에 자체 보관의 길을 열어주면서 월가 자금의 시장 유입이 가속화될지 주목된다.

현지시각 1일 SEC는 투자자문사법 및 투자회사법상의 수탁 규정을 개정해 암호화폐 자산에 특화된 2단계 수탁 경로를 신설하는 규칙 제정안을 공개 의견 수렴에 부쳤다.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연방 규제 은행뿐 아니라 주 정부 인가를 받은 암호화폐 전문 신탁회사(State Trust Company)를 공인 수탁기관으로 명확히 인정했다. 둘째, 적격 외부 수탁사를 찾기 어려운 환경에서 투자자문사가 엄격한 내부통제와 암호학적 키 관리 기준을 충족할 경우 예외적으로 '자체 보관(Self-Custody)'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동안 기관 자금 운용사는 규제 요건에 부합하는 수탁사를 확보하지 못해 다양한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구조적 제약을 겪어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전통 자산운용사의 웹3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폴 앳킨스 체제 규제 현대화… 스테이킹·에어드롭 운용 길 열려

이번 조치는 폴 앳킨스 SEC 위원장 취임 이후 본격화된 친시장적 규제 현대화 기조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행정부가 집행 중심(Regulation by Enforcement)의 압박을 가하며 기관의 암호화폐 취급을 사실상 억제했던 것과 달리, 명확한 법적 준수 경로를 열어주겠다는 의도다.

특히 개정안에는 그동안 규제 회색지대에 놓여 있던 지분증명(PoS) 네트워크의 스테이킹(Staking) 참여와 에어드롭 수령 등 블록체인 고유의 자산 보존 행위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는 수탁 중인 암호화폐를 단순히 금고에 묶어두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토콜 검증에 참여시켜 합법적으로 온체인 보상을 획득하는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체 보관을 선택하는 자문사에는 엄격한 안전장치가 부과된다. 개인키 생성 및 보관 시 다중 승인 프로토콜 적용, 접근 권한 분립, 제3자 독립 감사인의 정기적인 잔고 실사와 내부통제 인증(SOC 2 등) 제출이 필수 요건으로 지정됐다.

“이해상충과 횡령 리스크” 경고… 60일간 의견 수렴 거쳐 최종안 확정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는 거센 반발도 터져 나온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자문사가 고객 자산의 열쇠(개인키)까지 직접 쥐게 될 경우, 전통 금융에서 엄격히 지켜온 ‘운용과 보관의 분리 원칙’이 무너진다는 이유에서다.

SEC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마크 우예다 SEC 위원은 동반 성명을 통해 "자문사의 자체 보관은 자금 횡령이나 분식 등 본질적인 이해상충을 유발할 수 있다"며 자문사의 수탁 신인도 평가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FTX 파산 등 과거 발생한 대형 암호화폐 금융 사고들이 고객 자산 전용과 회계 불투명성에서 촉발되었던 만큼, 자격 요건 완화가 자칫 대규모 내부 해킹이나 사기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다.

SEC는 향후 60일간 업계와 학계의 공개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체 보관 허용 요건의 세부 문턱과 자문사의 자산 분리 입증 기준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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