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청 철회 후 아부다비 법인 연계… 당국 “미카 우회 여부 조사”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유럽연합(EU)의 포괄적 가상자산 규제인 미카(MiCA) 정식 인가 없이 유럽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역청약(Reverse Solicitation)' 예외 조항을 편법으로 활용했는지를 두고 유럽 감독당국이 본격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및 코인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유럽증권시장청(ESMA)과 프랑스, 독일, 그리스 규제당국은 바이낸스가 미카 체계에서 역청약 조항을 적용해 유럽 내 이용자들에게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 구조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 6월 그리스에서 추진하던 가상자산서비스사업자(CASP) 인가 신청을 철회한 뒤, 다른 EU 회원국에서 미카 인가를 모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전환 유예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일부 유럽 거래자들은 바이낸스의 아부다비 규제 법인을 통해 계정을 유지하며 플랫폼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의 100% 자발적 요청’ 전제… ESMA “규제 회피 수단 악용 불가”

이번 조사의 핵심은 '역청약'의 성립 요건이다. 미카 규정상 역청약은 EU 역외에 본사를 둔 사업자가 유럽 내에서 어떠한 형태의 광고, 프로모션, 홍보 활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이 오직 100% 자발적 의사로 먼저 거래를 요청했을 때만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면책 조항이다.

ESMA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역청약 예외가 미카 규제를 우회하거나 무인가 영업을 영속화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왔다.

바이낸스 측은 이에 대해 “각 관할 지역의 적용 가능한 규제 요건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미카 라이선스 취득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으나, 금융당국은 글로벌 웹사이트 운영 방식이나 기존 유럽 고객의 역외 법인 이관 절차가 실질적인 '자발적 청약'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SMA “집행 권한 강화 요구”… 비준수 블랙리스트엔 미등재

이번 점검은 미카 시행 이후 규제 집행의 고삐를 죄고 있는 ESMA의 정책 변화와 맞물려 있다. 베레나 로스 ESMA 의장은 최근 미카 업무의 중심축이 '규정 입안'에서 '현장 감독 및 규제 수렴'으로 전환됐다고 선언했다. ESMA는 유럽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회원국 간 규제 차이(Regulatory Arbitrage)를 악용해 유럽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역외 사업자에 대해 범유럽 차원의 통합 감독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바이낸스는 현재 ESMA가 공식 지정하는 '미카 비준수 사업자 명단(블랙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해당 등록부는 지난 7월 164건에서 9월 말 173건으로 확대됐으나, 이는 각국 규제당국의 제보에 따른 '비포괄적' 명단이어서 공식 제재 여부를 판가름하는 최종 잣대는 아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유럽 시장에 잔류하려는 글로벌 거래소들의 역외 우회 전략에 철퇴를 가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과 프랑스 금융시장청(AMF) 등 주요국 규제 당국이 역청약 남용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미카 정식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한 역외 플랫폼들의 유럽 내 유동성 단절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가상자산 및 금융투자상품 매매에 대한 투자 권유나 법적 자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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