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키 유출 없는 4,300억 원 탈취’… 리퀴드 네트워크, 검증 로직 허점 뚫렸다

비트코인(BTC) 최대 사이드체인인 블록스트림(Blockstream)의 ‘리퀴드 네트워크(Liquid Network)’에서 약 4,000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전산 검증 결함으로 유출되는 초유의 익스플로잇(취약점 공격)이 발생했다.

28일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와 블록스트림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시 53분(UTC 기준) 공격자는 리퀴드 네트워크의 기반 소프트웨어인 ‘엘리먼츠(Elements)’의 암호학적 검증 캐시 취약점을 찔러 담보 없이 가짜 L-BTC(Liquid Bitcoin) 4,000개를 발행했다. 이어 36분 뒤인 오후 2시 28분, 연합 페그아웃(Peg-out) 시스템을 통해 실제 비트코인 3,996.02 BTC(당시 기준 약 3억 1,900만 달러, 한화 약 4,335억 원)를 인출해 달아났다.

운영자의 개인키 탈취나 피싱, 거래소 내부자 침입이 아닌, 네트워크 노드 소프트웨어가 위조된 거래를 정상 거래로 승인하도록 유도한 순수 ‘소프트웨어 합의 버그’였다.

‘레인지프루프 캐시 키 충돌’ 악용… 사전 70회 리허설 거친 정밀 타격

사고의 근본 원인은 거래 금액을 은닉하는 기밀 트랜잭션(Confidential Transactions)의 ‘레인지프루프(Rangeproof, 범위 증명)’ 검증 캐시 설계 오류였다. 레인지프루프는 연산 비용이 크기 때문에, 엘리먼츠 노드는 한 번 검증한 증명값을 캐시에 저장해 두고 동일한 데이터가 유입되면 재연산 없이 승인 처리한다.

그러나 캐시 키(Cache Key)를 해시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간의 경계(Length/Context)를 엄격히 분리하지 않아 ‘캐시 키 충돌’이 발생했다. 공격자는 사전에 70회에 걸쳐 정상적인 소액 트랜잭션을 전파하며 특정 증명값을 캐시에 등록해 둔 뒤, 마지막 트랜잭션에서 무담보 발행 데이터를 제출했음에도 노드가 이를 ‘과거에 검증을 통과한 정상 데이터’로 인식하도록 속였다. 이로 인해 네트워크상에 실물 비트코인 예치금 없는 4,000 L-BTC가 생성됐다.

사이드스왑 ‘자동화 페그아웃’ 통과… 11/15 다중서명도 속수무책

새로 만들어진 위조 L-BTC는 사이드스왑(SideSwap)의 자동화 페그아웃 인프라를 통과하며 실제 비트코인으로 세탁됐다. 사이드스왑은 리퀴드 연합의 공식 페그아웃 인가 키(PAK)를 보유한 운영사였으나, 단일 건 기준 4,000 BTC에 달하는 대규모 출금 요청에 대해 이상 거래 탐지(FDS), 출금 속도 제한(Velocity Control), 인적 검토 절차를 두지 않고 서버 자동 서명으로 처리했다.

리퀴드 연합을 구성하는 15개 독립 기관 중 11곳의 다중서명자(11-of-15 Multisig) 역시 노드 소프트웨어가 보고한 위조 블록 상태를 정상으로 판정하고 최종 인출 트랜잭션에 서명했다. 당시 리퀴드 연합 금고가 보유하고 있던 전체 비트코인 준비금 약 4,205 BTC 중 95%가 단 23분 만에 빠져나간 것이다.

3400 BTC 반환됐으나 598.5 BTC 미회수… 패치 v23.3.4 배포

공격자는 범행 직후 비트코인 트랜잭션의 OP_RETURN 필드를 통해 블록스트림에 접근하며 스스로를 “화이트햇(공익 목적 해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블록스트림이 노드 패치를 완료하자 탈취액의 약 85%인 3,400 BTC를 반환했다. 그러나 자체적인 보안 포상금(Bounty)이라며 598.5 BTC(약 4,700만 달러)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블록스트림은 이를 불법 탈취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블록스트림은 즉각 캐시 데이터에 길이 정보를 포함하고 검증 캐시 자체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긴급 업데이트 ‘엘리먼츠 v23.3.4’를 배포하고 블록 생성을 재개했다. 애덤 백(Adam Back) 최고경영자(CEO)는 L-BTC의 1대1 페그 보장을 공언했으나, 단일 클라이언트 코드 결함이 크로스체인 금고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사이드체인의 구조적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브릿지 보안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가상자산 및 금융투자상품 매매에 대한 투자 권유나 법적 자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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