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문턱서 멈춘 ‘클래리티법’… 연내 입법 사실상 불발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명확성을 확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미 상원에서 좌초되면서, 전통 금융기관과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 간의 시장 지배력 격차가 한층 더 벌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미 상원은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 심의를 위한 토론종결(Cloture) 표결을 진행했으나 찬성 49표에 그쳐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60표 확보에 실패했다.

표결 직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프로젝트(월드 라이버티 파이낸셜)를 겨냥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 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초당적 합의가 결렬된 쟁점 법안이 연내 레임덕 세션(회기 말)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알트코인·스타트업 직격탄… ‘증권성 족쇄’에 투자 유치 먹구름

클래리티법의 핵심은 가상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명확히 분류하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간의 관할 권한을 법적으로 확정 짓는 것이었다. 법안이 무산됨에 따라 규제 공백의 직격탄은 알트코인 발행사와 블록체인 핀테크 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미 ‘상품’으로서의 지위가 확고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규제 환경을 누리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과 스마트 계약 기반의 디파이(DeFi) 프로젝트들은 거래 방식이나 거버넌스 구조에 따라 언제든 SEC의 미등록 증권 발행 혐의로 제소당할 수 있는 위험에 다시 노출됐다. 규제 당국과 개별 협상을 진행하거나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블록체인 기업들은 프로젝트 추진과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에 심각한 장벽을 마주하게 됐다.

월가는 ‘자본·법무력’으로 독주… 토큰화 사업 앞당긴다

반면 자금력과 대규모 법무 조직을 갖춘 월가 대형 금융사들에는 이번 입법 실패가 오히려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 금융기관들은 의회의 포괄적 입법 없이도 SEC와 CFTC가 현행 자본시장법 테두리 내에서 제시하는 비조치 의견서(No-Action Letter)나 행정 규칙을 활용해 채권·부동산의 실물자산 토큰화(RWA) 및 수탁(커스터디) 사업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비튼 시버트파이낸셜 수석 연구원은 “미국 금융사들은 현재의 우호적인 행정부 기조가 유지되는 동안 당초 2027~2028년으로 계획했던 디지털자산 상품 출시와 토큰화 사업 일정을 앞당길 경제적 유인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의회 입법이 늦어지더라도 규제기관의 행정 규칙 제정을 통해 시장 명확성을 점진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행정부 규칙은 정권 교체 시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어 법률 제정을 통한 영구적 보호막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결국 규제 공백을 버틸 체력이 있는 월가 골리앗들만 제도권 인프라를 독점하고, 크립토 네이티브 혁신 기업들은 소외되는 기형적 시장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가상자산 및 관련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나 법적 자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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