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조 7천억 달러, 우리 돈 2천조 원을 훌쩍 넘는 규모의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뱅크(Deutsche Bank)가 기관 투자자를 겨냥한 암호화폐 수탁(커스터디) 서비스를 출시한다. 유럽을 대표하는 전통 금융 강자가 비트코인 보관 사업에 직접 뛰어들면서, 글로벌 대형 은행 간 기관용 가상자산 수탁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도이치뱅크가 기관·법인 고객 대상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출시한다. ▲오스트리아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판다의 기술 부문이 서비스 구축에 참여했고, 기업금융 부문이 2022년 처음 수탁 계획을 공개한 이후 스위스 기술기업 타우루스와도 협력을 이어간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를 기관급 보안 수준으로 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탁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예금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 비트판다·타우루스 '기술 투톱' 체제
도이치뱅크의 이번 수탁 서비스는 두 개의 핀테크 파트너가 뒷받침한다. 비트판다는 오스트리아 빈에 본사를, 독일 베를린에 사업 거점을 둔 유럽 최대급 규제 준수 암호화폐 브로커로, 자체 집계 고객 2천만 명 가운데 독일 비중이 상당하다. 2018년 설립된 스위스 타우루스는 25곳 이상의 기관 고객에게 디지털 자산 발행·수탁·거래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도이치뱅크와 타우루스의 인연은 깊다. 도이치뱅크는 2023년 2월 타우루스의 6,500만 달러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양사가 여러 부킹센터에 디지털자산 및 분산원장(DLT)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협력했다. 비트판다와도 적어도 2024년 6월부터 거래소 내 암호화폐 결제 개선 작업을 함께해 왔다.
■ 인물로 본 도이치뱅크의 가상자산 승부수
이번 출시의 배경에는 도이치뱅크 핵심 경영진들의 꾸준한 드라이브가 있다.
먼저 폴 말리(Paul Maley) 증권서비스 글로벌 총괄이다. 그는 2023년 타우루스와의 제휴 발표 당시 디지털자산 시장이 수조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으며, 도이치뱅크의 관심은 암호화폐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자산 생태계 전반에서 고객을 지원하는 데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데이비드 린(David Lynne) 당시 커머셜 뱅킹 부문장은 수익 구조 관점에서 수탁 사업을 짚었다. 그는 2023년 한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 수탁 진출이 기업 부문의 수수료 수익을 늘리고 고객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전략은 사비흐 베흐자드(Sabih Behzad) 디지털 자산 책임자가 이끌고 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관련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 6년에 걸친 '비트코인 금고' 프로젝트
도이치뱅크의 수탁 사업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도이치뱅크는 기관 고객의 디지털자산을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과 연결하는 통합 보관 플랫폼을 구상했고, 수탁 수수료를 우선 수익원으로 삼은 뒤 발행·거래 수수료로 확장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2023년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에 암호화폐 보관 라이선스를 신청했고, 2025년 7월에는 블룸버그를 통해 2026년 출시 계획이 알려졌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으며, 자회사 DWS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는 등 그룹 차원의 디지털자산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다.
■ 왜 지금인가…유럽 MiCA·미국 규제 완화가 방아쇠
시장에서는 규제 환경 변화를 결정적 배경으로 꼽는다. 유럽연합의 가상자산 시장법(MiCA)으로 규칙이 명확해지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기관의 디지털자산 전환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도 통화감독청(OCC)이 2025년 5월 연방 인가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을 허용하는 지침을 내놓았다.
■ 치열해지는 글로벌 은행 수탁 경쟁
독일 내부 경쟁도 만만치 않다. 코메르츠방크는 2023년 수탁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이듬해 기업 고객 대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일 저축은행그룹 스파르카센은 5천만 고객에게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씨티, HSBC, BNY멜론, 스테이트스트리트 등이 헤지펀드와 기관 자산운용사를 겨냥한 토큰화·수탁 플랫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 한국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
도이치뱅크의 행보는 국내 금융권에도 적잖은 메시지를 던진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제도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의 가상자산 수탁 참여 범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수탁을 발판으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까지 영역을 넓히는 만큼, 국내 은행권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시대에 대비한 수탁 인프라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암호화폐 수탁(커스터디)이란?
암호화폐 수탁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디지털 자산의 개인키를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안전하게 보관·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는 내부 규정상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에 자산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 대형 은행의 수탁 서비스 출시는 기관 자금 유입의 관문으로 평가된다. 도이치뱅크 같은 전통 금융기관의 진입은 해킹·파산 위험에 대한 기관 투자자의 우려를 낮추고,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출처: https://blockchai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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