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발행 제도 도입: 스타트업부터 7500만 달러까지 등록 면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인 '가상자산 규제안(Regulation Crypto Assets)'을 전격 제안하며 시장 제도화에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6월 예고된 토큰화 주식 거래 허용 방침에 이은 조치로, 가상자산이 결합된 특정 투자계약에 대해 기존 1930년대 증권법의 획일적 잣대 대신 '맞춤형 발행 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특정 요건 충족 시 토큰을 증권법상 투자계약으로 보지 않는 세이프하버(Safe Harbor) 조항도 포함되어 업계의 규제 불확실성을 대폭 덜어낼 전망이다.

초안의 핵심 축은 자금 조달 규모에 맞춘 '2단계 등록 면제' 제도다. 초기 스타트업은 복잡한 연방 증권 등록 없이 4년간 최대 500만 달러까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으며, 일반 토큰 발행사는 재무제표 제출 및 정기 공시 의무를 이행할 경우 12개월마다 최대 7,500만 달러까지 토큰을 합법적으로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행정적 등록 절차를 면제할 뿐, 허위 공시·시세조종 방지 등 핵심 투자자 보호 규정은 기존 연방 증권법대로 엄격히 유지된다. SEC는 연방 관보 게재 후 6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규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제도화 가속에 환호하는 업계: "미국 내 온쇼어링 자본 형성 활로"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계는 SEC의 이번 발표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혁신 의지가 구체적 제도로 구현된 첫 번째 중대 성과라며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연방 증권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상자산 창업자와 시장 참여자들에게 합법적 자본 조달의 명확한 경로를 열어주는 것이 이번 규제안의 핵심"이라며 "미국 시장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혁신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역사적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크립토 기업들이 장기간 추진해 온 제도권 편입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그동안 규제 리스크로 인해 해외 역외(Offshore) 시장으로 이탈했던 토큰 발행 프로젝트들이 미국 본토로 회귀하는 '온쇼어링(Onshoring)'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회의 포괄적 입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행정 기관인 SEC가 선제적으로 집행 지침을 법제화함에 따라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법적 사업 안정성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클래리티법 난항과 정책 지속성: 의회 문턱 속 장기 불확실성 상존

그러나 SEC의 규정 개정만으로는 장기적인 법적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팽팽하다. 상원 내에서 가상자산 포괄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CLARITY)법'의 입법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지도부의 절차 표결 제출에도 불구하고 상원 휴회와 중간선거 일정으로 인해 연내 최종 법제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법률적 근거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행정 규칙 개정은 향후 정권 교체나 위원장 교체 시 언제든 재검토되거나 뒤집힐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원 내 공직자 이해충돌 윤리 조항과 스테이블코인 이자 규제 등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한 만큼, SEC 규제안이 완전히 안착하려면 의회 차원의 입법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SEC가 마련한 자본 조달의 빗장이 실질적인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60일간의 공청회 과정에서 도출될 업계 의견 수렴과 더불어 가을 상원 본회의에서의 클래리티법 초당적 타결 여부가 최종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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