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내성·프라이버시·네이티브 롤업 등 핵심 과제 추가…고성능과 보안 갖춘 ‘린 이더리움’ 구축 목표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 이더리움(ETH)의 장기 개발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양자내성을 새로운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보안과 프라이버시, 확장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대규모 로드맵 개편에 나섰다.

특히 이번 변화는 단순히 이더리움의 거래 처리 속도를 높이거나 가스비를 낮추는 기존 확장성 경쟁을 넘어 향후 양자컴퓨터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도 네트워크가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구조 자체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테린은 10일 자신이 2023년 작성했던 이더리움 로드맵을 업데이트하고 기존 로드맵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개발 요소들을 공개했다.

이번에 추가된 내용은 이더리움 개발의 우선순위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테린은 향후 이더리움이 양자내성을 갖추고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면서 높은 수준의 보안과 검열저항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높은 성능과 확장성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복잡하고 무거운 시스템이 아니라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린(Lean) 이더리움’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더리움, 양자컴퓨터 시대 준비한다

이번 로드맵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양자내성이다.

현재 블록체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디지털 보안 시스템은 현대 컴퓨터가 암호체계를 쉽게 해독할 수 없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향후 충분한 성능을 갖춘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기존 암호화 기술 일부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역시 이러한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이더리움이 실제 위협이 현실화되기 전에 포스트 양자 암호 기술을 네트워크 구조에 반영하려는 이유이다.

부테린은 이번 로드맵에 양자내성 환경에서의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포함했다.

핵심 가운데 하나는 양자컴퓨터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서명 방식이다.

이더리움은 해시 기반 양자내성 서명 기술을 도입하고 여러 서명을 하나로 모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양자내성 서명이 기존 방식보다 데이터 크기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거래 데이터가 지나치게 증가하면 이더리움의 처리 효율성과 확장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더리움 개발진은 단순히 양자내성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개발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내성 서명·STARK 검증 효율 높이는 ‘zkzk 프레임’

새로운 로드맵에는 ‘zkzk 프레임’도 포함됐다.

이는 양자내성 서명이나 프라이버시 보호에 활용되는 STARK 증명 등을 하나로 묶어 효율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이다.

이더리움이 양자내성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강화할 경우 네트워크가 처리해야 하는 암호학적 검증 작업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러 증명을 개별적으로 처리하기보다 이를 집약해 검증함으로써 네트워크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이더리움의 양자컴퓨터 대응은 보안 기술 하나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보안 강화로 발생하는 데이터와 연산 부담까지 함께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프라이버시도 핵심으로…“사용자 보호 최우선”

프라이버시 강화 역시 새로운 이더리움 로드맵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부테린은 강력한 프라이버시 구축을 주요 개발 방향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미 지난해 9월 네트워크 전반에 포괄적인 프라이버시 기능을 구축하기 위한 별도의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핵심은 블록체인상에서 정보를 기록하는 과정뿐 아니라 데이터를 읽고 증명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는 투명성이 강점이지만, 글로벌 결제와 금융 인프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지나친 정보 공개가 오히려 한계가 될 수 있다.

개인과 기업이 실제 금융거래에 이더리움을 사용하려면 거래 금액과 보유 자산, 거래 상대방 등 민감한 정보가 모두 공개되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결제 및 금융 인프라를 목표로 하는 만큼 프라이버시는 선택적인 기능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복잡해진 이더리움 다시 단순하게…AI도 활용

부테린이 강조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린 이더리움’이다.

지난 수년 동안 이더리움에는 확장성과 보안, 스마트 컨트랙트, 롤업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시스템 자체도 복잡해졌다.

이번 로드맵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다시 단순화하는 방향이 강조됐다.

특히 형식 검증(Formal Verification)을 보다 쉽게 적용하기 위해 이더리움의 기술 사양 자체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추진된다.

형식 검증은 프로그램이 설계된 목적과 규칙에 따라 정확하게 작동하는지를 수학적·기계적인 방법으로 증명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처럼 한 번의 코드 오류가 대규모 자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는 중요한 보안 기술이다.

하지만 프로그램과 네트워크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형식 검증 역시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부테린은 이더리움의 사양을 보다 간결하게 만들어 검증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을 제시했으며 현대 AI 기술이 이러한 작업을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더리움 가스비도 선물 거래한다

이더리움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도 있다.

새로운 로드맵에는 블롭(Blob)과 가스(Gas)의 선물 거래 개념이 포함됐다.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가스비는 네트워크 사용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거래가 몰리면 수수료가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어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기업이나 서비스 입장에서는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가스 및 블롭 선물 시장이 도입되면 사용자가 미래에 발생할 네트워크 수수료 변동 위험을 사전에 헤지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나 대규모 블록체인 서비스가 미래의 네트워크 비용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더리움이 개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기업 금융과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비용 예측 가능성이 중요해질 수 있다.

‘네이티브 롤업’ 추진…L1 자체가 확장 기능 품는다

네이티브 롤업(Native Rollup) 역시 새로운 이더리움 로드맵의 핵심이다.

롤업은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처리해야 할 거래 일부를 외부 네트워크에서 처리한 뒤 결과를 메인넷에 기록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의 거래 처리량을 늘리고 높은 가스비를 낮출 수 있어 현재 이더리움 확장 전략의 핵심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로드맵에서는 이러한 롤업 기능을 이더리움 L1 자체에 보다 직접적으로 통합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네이티브 롤업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L2 네트워크와 외부 시스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확장 기능 일부가 이더리움 프로토콜 차원에서 지원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더리움 L1과 L2 생태계의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이다.

EVM 이후까지 바라보는 이더리움

이번 로드맵에는 ‘EVM의 미래’를 둘러싼 보다 개방적인 설계 가능성도 포함됐다.

EVM은 이더리움 가상머신(Ethereum Virtual Machine)의 약자로 이더리움 위에서 스마트 컨트랙트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실행 환경이다.

현재 이더리움뿐 아니라 다수의 블록체인이 EVM 호환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울 정도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부테린은 과거 장기적으로 현재의 EVM 구조에서 다른 형태의 실행 환경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로드맵에서 EVM의 미래에 대해 보다 개방적인 설계 여지를 남긴 것은 현재 구조를 영구적으로 유지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기술 발전에 맞춰 이더리움의 핵심 실행 환경까지 변화시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TH의 경쟁력, 이제 속도 넘어 ‘생존성’으로

이번 로드맵 개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더리움이 단순히 초당 거래 처리량을 높이는 경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 시대에도 안전한 네트워크, 사용자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검열에 저항할 수 있는 탈중앙화 구조, 높은 확장성과 성능, 그리고 복잡성을 최소화한 효율적인 프로토콜을 동시에 구축하겠다는 목표이다.

특히 양자내성이 공식적인 주요 개발 방향으로 부상했다는 점은 이더리움이 현재의 경쟁보다 수년 이후의 기술 환경을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크다.

향후 이더리움 시장에서는 ETH 가격뿐 아니라 양자내성 서명의 실제 구현 시기, 프라이버시 기술 적용 범위, 네이티브 롤업 도입 방식, 가스 선물 시장 구축 여부, EVM의 장기적인 변화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더리움이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히 ‘더 빠른 블록체인’이 아니다. 양자컴퓨터와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미래에도 보안과 탈중앙화,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글로벌 금융 활동을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블록체인 인프라이다.

비탈릭 부테린이 제시한 새로운 로드맵이 실제 개발 과정에서 어떻게 구현될지에 따라 향후 이더리움과 ETH 생태계의 장기 경쟁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투자 참고용으로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해당 내용은 정보 제공의 목적으로만 해석되어야 합니다.

 



출처: https://blockchai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