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SK하이닉스 관련 투자 상품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글로벌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경쟁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불과 보름 사이에 파생상품, 미국 예탁증권(ADR), 토큰화증권까지 차례로 출시한 바이낸스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글로벌 거래소, 주식 기반 투자 상품으로 영토 확장
바이낸스는 지난 6월 SK하이닉스 주가를 추종하는 무기한 선물(SKHYNIXUSDT)을 먼저 선보였다. 최대 20배 레버리지를 지원하는 이 파생상품은 가격 변동성 활용을 원하는 트레이더들의 거래 수요를 즉시 흡수했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SK하이닉스 ADR 거래를 개시했고, 나흘 뒤에는 토큰화증권(SKHYB)까지 상장하며 다층적 투자 구조를 완성했다.

온도파이낸스, 백팩, 크라켄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도 발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우량주를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경쟁적으로 제공하면서 한국 시장의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다.

거래소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단순한 상품 다양화로 보지 않는다.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유동성이 집중된 전통 금융자산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전년도 대비 약 50% 급락한 상태로, 글로벌 거래소들도 매출 구조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 제도 공백에 발목 잡혀
같은 시각 국내 거래소들은 제도적 공백으로 손발이 묶여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여전히 제정되지 않은 탓에 파생상품, 투자신탁, 토큰화 상품 등 다양한 서비스 확대가 불가능한 상태다. 가상자산 매매라는 단일 수익 구조에서 벗어날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토큰증권(ST) 제도도 마찬가지다. 발행·유통 기준과 사업자 요건을 담은 세부 가이드라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실제 사업화까지 갈 길이 멀다. 규제 당국의 선제적 정책이 뒤따르지 못하는 사이 국내 거래소들은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점차 뒤처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 공백이 단순한 규제 문제를 넘어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거래소들이 한국 고객을 직접 흡수하는 가운데 국내 산업 생태계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의 신속한 공개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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