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6.05.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6.05.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최보인씨(35·가명)는 주말 내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했다. 지난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소식에 LG그룹주와 두산로보틱스, 네이버 등 이른바 '엔비디아 동맹주'를 대거 매수했기 때문이다.

황 CEO가 언급한 종목들은 그의 방한 소식과 함께 상한가 랠리를 펼쳤다. 최씨도 다급하게 매수에 들어갔다. 고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황 CEO의 방한이 해당 종목들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러나 최씨가 매수한 그 순간부터 주가는 갑자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황 CEO 방한 당일까지도 시퍼렇게 멍이 든 계좌를 바라보던 최씨는 '손절'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황 CEO 방한 호재는 이미 전고가에 모두 반영된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분석에 마음이 흔들렸다. '삼쏘 회동'은 물론, 시구 등 황 CEO의 본격적인 행보가 하필 주말에 이뤄진다는 점도 불안했다. 그러나 황 CEO 입국과 함께 조금씩 반등 기미를 보이는 주가 그래프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결국 주말에 갇혀 버렸다는 얘기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이번에도 공식대로였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젠슨 황이라는 이름 하나에 움직였다. 네이버는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협력이 공개된 뒤 소버린 AI·피지컬 AI 분야 전략적 파트너로 거론되며 급등했고, LG전자는 엔비디아의 'Isaac GR00T' 기반 피지컬 AI 모델 개발 소식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한 로봇주들도 황 CEO의 "엔비디아도 한국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발언 한 마디에 연일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가 시작됐고, 황 CEO가 실제로 한국 땅을 밟은 5일 주식시장은 냉랭히 얼어붙었다. 이날 두산로보틱스는 전일 대비 1만7600원(11.15%) 급락했고 네이버는 4.49%, LG전자는 7.62%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이에 대해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이후 국내 증시에 유행했던 테마인 젠슨 황 방한 이벤트도 재료 소진 단계에 들어갔다"고 짚었다. 설상가상으로 브로드컴 실적 발표에서 시작된 미국 반도체주 약세까지 겹치며 낙폭이 더 커졌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월가의 오래된 격언이 이번에도 교과서처럼 재현된 셈이다. 황 CEO의 방한과 관련한 '소문' 단계에서 올라탄 사람들은 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황 CEO의 방한 일정이 확정되고 공식적으로 보도된 '뉴스' 단계에 올라탄 사람들은 차익실현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손절을 가로막은 두 가지 심리

낙폭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도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처분 효과''낙관 편향'의 두 가지 심리를 들 수 있다.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자조적으로 쓰이는 "팔지 않으면 손해가 아니다"라는 말이 처분 효과를 잘 드러낸다. '지금 팔면 손실이 확정된다'는 두려움이 발동하면서, 손실을 확정 짓는 고통이 손실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이성적 판단보다 강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낙관 편향'은 일종의 기대감이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종목에 불리한 악재보다 내 판단을 지지해 줄 생생하고 자극적인 호재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씨에게는 '삼쏘 회동'이 바로 그 호재였다. 황 CEO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열린 '삼쏘 회동'에서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 소맥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느냐에 따라, 월요일(8일) 장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처분 효과와 맞물리면서 '버티기'에 들어가게 만든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말, 월요일만 기다린다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주말이 끼어있다는 점은 최씨와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더욱 자극하는 요소였다. 장이 열려 있다면 주가가 추가로 폭락하든 반등하든 매수·매도를 통해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지만, 국장이 문을 닫은 주말에는 어떠한 행동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황 CEO의 방한 동선과 삼쏘 회동에서 오간 발언의 행간을 분석하는 뉴스에 실시간으로 노출됐다. 이들이 초조함과 불안감이 불러온 일종의 심리적 감금 상태에서 탈출하는 8일, 국내 증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편 황 CEO는 이날 늦은 오후 또는 9일 오전 출국할 것으로 예정이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출처: https://www.fnnews.com/news/202606051449046955?pg=m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