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고객' 두터운 스타벅스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파이낸셜뉴스] "매출은 언젠가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단골이 떠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탱크데이' 논란 이후 좀처럼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이사 해임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공개 사과에도 불구하고 카드 결제액 감소, 앱 이용자 이탈, 기프티콘 판매 순위 하락 등 부정적 지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위험 신호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기 매출 감소보다 더 위험한 건 스타벅스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충성 고객층'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스타벅스 단골을 상징하는 월 구독 서비스 '버디패스' 해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텀블러 로고를 지우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선불충전금을 환불했다는 게시물과 함께 버디패스 해지 인증이나 해지 방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버디패스 가입자 추이를 묻는 질문에 스타벅스 관계자는 "버디스패스 서비스를 시작한 뒤 가입 건수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한 적은 없었다"며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골 소비자들의 단절은 일시적 불매를 넘어 브랜드와의 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신호로 해석되는 만큼 스타벅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골경제와 구독경제로 공들여 만든 자산
스타벅스의 버디패스는 '구독경제'의 일종이다. 구독경제란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를 말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구독경제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이유를 경제학에서는 '탐색비용(Search Cost)' 감소 때문으로 설명한다. 소비자가 매일 어떤 카페를 갈지 고민할 필요 없이 익숙한 브랜드를 반복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비슷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바로 복잡한 선택을 줄이고 이미 만족했던 브랜드를 재선택하려는 '인지적 종결 욕구(Need for Cognitive Closure)'와 연결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구독경제가 기업에 어떤 타격을 주는 지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회원 이탈을 경험한 쿠팡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지난 6일 올해 1분기 354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4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이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보상 프로그램의 일회성 비용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객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더라도 근본적인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온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료 회원(와우 멤버십)을 해지했던 사람들 중 다수가 복귀했고, (유출) 사고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쿠팡에서 다시 돈을 쓰기 시작했다"며 "사업성은 건재하다"고 강조했다.
탈퇴한 회원 중에서도 유독 와우 멤버십을 짚은 건 바로 '단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구독경제의 핵심 의미가 나온다. '단골'이다. 기업은 할인과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소비자는 이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 반복 방문하면서 어느새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브랜드의 지지자가 되는 개념이다.
스타벅스 역시 이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버디패스를 도입했다. 월 7900원만 내면 제조 음료와 푸드 제품을 할인받고 배달비 무료 혜택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실제 효과도 제시됐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버디패스 이용자의 방문 빈도는 가입 전보다 월평균 50% 이상 증가했고 이용자 1인당 평균 혜택은 월 2만3300원으로 구독료의 2배를 넘었다. 시범 운영 당시에는 구매 금액과 방문 빈도가 각각 61%,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디패스가 단순 할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스타벅스가 단골을 붙잡아두는 '록인(Lock-in)' 전략이었음을 보여준다.
버디패스 해지가 더 위험한 이유
이처럼 기업들이 구독 서비스에 공을 들인 이유는 단순하다. 한 번 확보한 고객은 신규 고객보다 훨씬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은 구독자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동시에 구독한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구독 서비스에 가입했던 고객들의 이탈은 단순히 구독료 손실 이상의 타격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골 이탈의 타격이 쿠팡보다 스타벅스가 더 클 거라는 부정적 분석을 내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쿠팡과 스타벅스는 다르다"며 "쿠팡은 대체제가 마땅치 않은 인프라 사업이지만, 스타벅스는 대체제가 너무 많다"고 짚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입맛은 습관이 되고 무의식에 각인되는 소비"라며 "일부 고객은 다른 브랜드를 시험적으로 이용하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지만 불매 의사가 확고한 소비자는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스타벅스가 상대하는 경쟁 환경도 과거와 다르다. 메가MGC커피는 지난해 말 기준 4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컴포즈커피도 3100여개에 달한다. 스타벅스 매장 수인 2100여개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대체재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충성고객의 이탈은 단순한 매출 감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파는 공간'이라 말한 스타벅스 창립자의 하워드 슐츠의 경영 철학도 가져왔다.
박 대표는 "스타벅스 단골들은 매일 아침 스타벅스를 찾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었는데 이번 논란은 바로 그 문화와 충성도에 상처를 낸 사건"이라며 "단골 고객의 생활습관과 정체성에 손상이 가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행사도 문제였지만, 후속 조치가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대표는 "'탱크데이' 논란이 불거진 뒤 스타벅스는 정치적·이념적 논쟁으로 번지는 걸 방치했다"이라며 "브랜드가 특정 정치적 상징처럼 소비되기 시작하면 충성고객이 느끼는 거리감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사례가 던지는 경고…본사 "기다려 달라"
업계 일각에서는 더 큰 변수로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움직임을 꼽는다. 근거로 든 게 일본의 사례다.
스타벅스는 과거 일본에서도 현지 파트너와 합작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다가 2014년 약 9억 달러를 투입해 일본 스타벅스 지분 전량을 확보했다. 당시 스타벅스는 일본 스타벅스의 나머지 지분 60.5%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사들여 완전 자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일본은 당시 미국 외 시장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으며, 스타벅스는 브랜드 관리와 성장 전략을 직접 통제하기 위해 경영권을 회수했다.
박 대표는 "스타벅스는 현지 시장에 안착할 때는 현지 파트너에게 운영을 맡기지만, 브랜드 가치가 핵심 자산인 기업인 만큼 훼손 우려가 커질 경우 본사가 직접 관리하려는 유인이 존재한다"며 "일본 사례는 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스타벅스 상황을 둘러싸고도 미국 본사의 향후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을 제치고 세 번째로 많은 매장수를 갖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하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미국 본사가 향후 일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지분을 다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이 계약에 포함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해당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실제 콜옵션 존재 여부와 행사 조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 글로벌 대변인도 파이낸셜뉴스에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희생자분들과 가족분,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모든 분들께 깊은 슬픔과 모욕감을 안겨 드렸음을 잘 알고 있다"며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자 역사적·인도적으로 의미 깊은 날인 5월 18일과 맞물려 부적절한 마케팅이 한국에서 이뤄진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는 원론적 입장만 전했다.
이어 "스타벅스코리아는 해당 캠페인을 즉시 중단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통제 강화, 평가 기준 개선, 전사적 교육 실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콜옵션 행사 등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현재 파트너십 상황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추가적인 조치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경우 더 자세히 알려드리겠다"는 답변만 한 상태다.
위기 극복의 열쇠는 결국 단골
전문가들은 지금 스타벅스에 필요한 것은 대규모 마케팅이 아니라 신뢰회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지금은 이벤트를 크게 벌일수록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조용하게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음료와 메뉴, 서비스 개선 등 본업 경쟁력을 통해 고객 경험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표도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해 이미지 회복에 힘써야 한다"며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정치적 성향을 스타벅스 브랜드에 결합하는 등의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법적 조치에 나서는 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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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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