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 국회 통과
2027년 1월 시행, 증권업계 인프라 구축 완료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토큰증권(STO)의 발행과 유통을 제도화하는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지난 1월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법제화로 그간 소수 자산가나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상업용 빌딩, 미술품, 선박금융, 지식재산권(IP) 등이 블록체인 기술로 '조각'나 실시간 거래되는 시대가 본격화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2030년 367조원(GDP 대비 14.5%)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각투자'가 깨운 자본의 흐름... 제도권 안으로

이번 개정안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증권 발행·유통 체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분산원장을 증권 계좌부로 인정함으로써, 토큰증권 발행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토큰증권의 가장 큰 파괴력은 자산의 '해체'와 '대중화'에서 나온다. 그간 덩어리가 큰 자산은 유동성이 낮아 일반 개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 토큰화는 이를 수백만 개의 조각으로 분해한다. 투자자들은 소액으로 강남 빌딩의 지분을 소유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배당받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특히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 도입으로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발행체가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토큰을 발행할 수 있게 된 점이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계약증권 유통 허용... 중소기업 자금조달 확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사 유통도 허용된다. 투자계약증권은 공동사업에 투자해 사업 성과에 따른 손익을 배분받는 증권으로, 현재 미술품이나 한우 축산사업 등에서 발행되고 있다.

그간 비정형적 특성을 이유로 증권사를 통한 유통이 제한돼 발행인이 직접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만 가능했다. 이번 개정으로 투자계약증권도 증권사 중개 대상이 되면서 투자 접근성과 정보 제공 수준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증권화해 자본시장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발행-유통' 인프라 구축 완료... 증권사·핀테크 동맹

금융업계는 법 시행을 대비해 이미 인프라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과 넥스트파이낸스이니셔티브(NFI)를 통해 자체 STO 메인넷 개발을 마쳤다. 

신한투자증권은 SK증권과 펄스(PULS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NH투자증권은 농협은행·케이뱅크 등과 'STO 비전그룹'을, KB증권은 조각투자 플랫폼·IT기업들과 'ST 오너스' 협의체를 결성했다.

은행권도 가세했다. NH농협은행은 스마트팜 기반 토큰증권 발행을 준비 중이고, 우리은행은 삼성증권·SK증권과 공동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도 토큰증권 총량 관리 시스템을 중심으로 테스트베드 플랫폼을 완성했다.

금융위원회는 법 시행과 동시에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 가동될 수 있도록 2월 중 유관기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를 출범시킨다. 

협의체는 기술·인프라, 발행제도, 유통제도 등 3개 분과를 두고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증권신고서 양식, 유통공시 체계 등 세부 제도 설계에 나선다.

신범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토큰증권협의회장은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민간 기업들은 이미 기술적, 제도적 준비를 마친 상태로 법 시행 즉시 시장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급격한 시장 확대에 따른 과제도 남아 있다. 토큰증권도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분류되는 만큼 기존 증권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모 방식으로 발행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있으며, 무인가 중개 영업은 금지된다. 

기초자산 가치 평가의 투명성, 해킹이나 네트워크 장애 시 책임 소재,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고지 등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금융은 블록체인 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토큰'의 시대로 진입한다. 자산의 형태가 바뀌고 소유 방식이 바뀌며, 이를 중개하는 금융 인프라의 판도도 재편될 전망이다. [프레스맨]

출처 : https://www.pressman.kr/news/articleView.html?idxno=10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