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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부동산 다 죽었어요
“제주 부동산이요? 다 죽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10년째 내리막이에요.”(제주시 노형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
지난 13일 오후 2시 제주시 노형동 오거리(노형오거리) 전경. /박지윤 기자
봄 성수기가 무색하게도 제주공항과 가까워 제주 지역 안에서도 상권이 활발한 편에 속하는 노형동 오거리(노형오거리)에는 지난 13일 오후 2시 점심 시간이 지났지만 관광객들이 드물게 보였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줄을 서는 광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주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제주 상권이 가라앉은 이유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 도민 역시 소비를 줄이는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노형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국내 경기가 계속 안 좋으니까 내국인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제주 소상공인들이 가게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주 지역 경제는 2010년부터 2016년에 최고조를 찍었는데 이후 올해까지 꾸준히 내리막을 달리면서 부동산 경기도 같이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A씨는 “그나마 제주에서 노형동은 서울로 치면 강남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신축 단지가 많이 몰려있고 지역 내 소비층이 두터워 상가 공실이 심하지 않다”며 “아직 노형동 상권은 바닥권리금이 억대로 형성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주 연동 상권은 대부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데 공실이 계속 늘고 있다”며 “연동 거리를 직접 걸어보면 바로 느낄 수 있겠지만 외국인, 내국인 관광객 자체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장사를 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의 한 상가에 '무권리 임대' 종이가 붙어있는 채로 비어있다. /박지윤 기자
이날 노형오거리에서 10여분 정도 걸어 연동에 도착한 건 오후 3시. 노형오거리에서 조금 벗어나자마자 ‘임대’라는 종이가 붙은 공실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제주에서 차 없는 거리로 놀거리, 볼거리를 늘리기 위해 만든 ‘누웨마을 거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낮인데도 운영을 하지 않는 음식점, 카페, 옷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간간이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단체는 거의 보기 어려웠고, 2~3명 정도 소규모 인원에 그쳤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제주 내국인 관광객 수는 75만2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대비 15만명(16.8%) 감소한 것이다. 올해 3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93만9000명으로, 14만5000명 줄어들었다. 국적별로는 내국인이 약 13만9000명, 외국인은 약 6000명 각각 감소했다.
연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약 10년 전에 제주에 내려와 장사를 시작했는데 10년 전과 올해 매출을 비교해보면 평균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면서도 “임대료는 매출 감소와 관계없이 계속 올라가면서 실질적으로 장사를 해서 남는 돈은 현저히 적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 공항 인근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제주 노형오거리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2016년엔 제곱미터당 1만7000원대 안팎을 유지하다가 2017~2018년 1만5000원대로 내려갔다.
이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인 2019년 1만8000원대로 늘어난 뒤 2020년 1만8300원대 2021년 1만8500원대로 올랐다. 2022년부터 2만원대로 뛰어오른 뒤 올해 1분기에도 2만150원으로 상승했다.
지난 13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의 한 거리에 1층 상가들이 연달아 비어있다. /박지윤 기자
연동의 한 음식점 사장 C씨도 “전반적으로 제주 연동 상권 매출은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고 보면 된다”며 “제주도에서 돈을 벌려면 귤 농사를 하거나 장사를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관광객이 줄고 내수 경기까지 침체되면 버틸 재간이 없다”고 전했다.
최근 제주의 일부 식당에서 ‘바가지 요금’을 받아 논란이 된 사건 때문에 제주 이미지가 나빠진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동의 식음료 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제주의 몇몇 식당에서 손님한테 바가지 요금을 받아서 논란이 된 곳들은 제주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였다”며 “양심적으로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파는 가게들이 훨씬 더 많은데 일부 사례를 가지고 제주도 가면 바가지를 쓴다는 일반화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주 상권 침체가 심화하는 이유로 내국인 관광객들의 선택지가 늘어난 것과 항공료, 물가 인상 등을 꼽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제주는 항공료나 물류비가 비싼 편에 속하고 내국인 관광객들이 코로나19처럼 외국 여행을 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항공료나 물가가 제주보다 저렴한 일본, 대만 등으로 여행지를 바꿀 수 있다”며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제주 상권이 계속 침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제주도에 새로운 공항을 지어 항공료만 내려가도 상권이 회복되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내국인들도 부산에 가는 교통비와 제주로 향하는 교통비가 비슷하면 제주에 안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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