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2021년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서울에서 집을 산 ‘영끌족’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 들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바로 경매에 넘어가 팔린 부동산이 작년보다 30% 넘게 증가해 1000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임의경매를 통해 매각된 서울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은 979건으로 전년 동기(742건)에 비해 32%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해 은행 등 금융기관 신청으로 재판 없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특히 서울에서 임의경매로 매각된 부동산의 81%(789건)가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집합건물로 나타났다. 대출을 못 갚아 경매로 팔린 부동산 10건 중 8건이 주거용 건물이라는 것이다. 전국 임의경매 매각 건 중 집합건물의 비율이 41.6%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무리하게 대출로 집을 산 사람이 서울에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래픽=백형선
부동산 업계에선 기준금리가 0%대였던 2020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산 영끌족이 올 들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본다. 5년간 고정금리였다가 올해부터 변동금리로 전환하거나 금리를 재산정하면서 금융비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영끌로 서울 외곽 지역의 소형 아파트 등을 매수한 젊은 층이 많았는데, 이들은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현재 아파트 시세가 처음 살 때보다 낮은 경우도 많다. 집을 팔아도 대출을 갚는 게 여의치 않은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인기 지역은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지만, 노원(-0.22%), 도봉(-0.15%), 강북(-0.04%), 중랑(-0.15%), 금천(-0.02%) 5곳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당장 금리가 내려도 영끌족이 대출을 실행한 2020~2021년보다 금리가 두 배 가까이 높다”면서 “올 하반기에도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5/05/14/JVFUZLI6MJHIVNGVKWXPFWI6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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