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부모로부터 서울 마포 소재 아파트를 증여받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윗층이 17억원에 거래되었기 때문에 윗층의 매매가격을 증여재산가액으로 신고했다.
이후A는 친구 B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B는 서울 서초에 있는 단독주택을 증여받았는데 인근 복덕방에서 말하는 추정시가는 35억원 정도이지만 최근 몇 년간 거래가 없어 공시가격인 15억원으로 신고하는 바람에 A보다 증여세를 적게 냈다고 했다.
A는 세무서에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세무공무원은 "일반 아파트는 면적·위치 등이 비슷한 아파트의 매매사례가 많아 그 가액으로 과세하지만 그런 가액이 없는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이처럼 더 비싼 집을 물려받았는데도 세금을 적게 내는 비상식적인 결과가 발생한 이유는 뭘까.
상속·증여세법상 재산가액은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이뤄지는 거래가액을 의미한다. 일정 기간 내에 당해 또는 유사한 부동산의 매매·경매·감정가액 등이 있는 경우 그 가액을 시가로 본다. 이런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공시가격으로 과세한다.
2019년까지는 꼬마빌딩과 같이 시가확인이 어려운 부동산을 공시가격으로 신고해도 과세관청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을 악용해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편법증여의 수단으로 삼는 일부 자산가들에 대해 과세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법령개정을 통해 신고 이후에도 결정기한 전까지 매매·감정가액 등이 확인되면 이를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국세청은 2020년부터 예산을 확보해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우선적으로 감정평가를 했다.그러나 예산상의 한계로 주거용 부동산은 감정평가에서 제외돼 단독주택이나 대형아파트 등은 여전히 공시가격으로 과세되는 사례가 많았다.
위 사례의 단독주택도 거래가 드물어 유사 매매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꼬마빌딩과 유사하나 감정평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공시가격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국세청은 기재부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국회심의에도 적극 대응해 관련 예산을 2배 이상 대폭 확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공시가격과 시가 차이가 큰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도 감정평가해 과세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부정적 여론과 집단불복 제기도 있었으나 납세자 인식도 개선돼 스스로 감정평가해 신고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상속·증여세 시가신고 관행의 정착에도 긍정적인 시너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산의 종류에 따라 납부하는 세액이 달라지지 않고 공평하게 조세부담을 지도록 하는 것은 성실신고하는 절대 다수 국민들에 대한 도리이자 과세관청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누구나 정당한 몫의 세금을 부담토록 하는 것', 국세청이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이유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50512092544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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