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공식 선언하며 미국의 무역정책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을 알렸다. 동맹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수준의 관세율과 그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미국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며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치솟는 등 시장의 발작을 경험한 트럼프는 중국에만 상호관세를 부과한 채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90일간 유예를 두며 한발 물러섰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 부동산 수급 불균형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소비자 동향 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 지수가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향후 어느 수준으로 관세율이 결정될지 모르지만 각국에 일정 수준의 관세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리고 상대 국가도 미국 물품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에 유통되는 재화의 최종 가격은 일정 부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도래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이미 우리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 2024년 10월 달러당 1320원대였던 환율은 2025년 4월 현재 달러당 1420원대에 이른다. 불과 반년 만에 8% 상승했다. 환율 불안은 수입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주원 기자
인플레이션이 도래하면 화폐 가치는 하락한다. 이는 반대로 실물 자산(tangible asset)의 상대적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대표적인 실물 자산인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수요를 자극하며, 결과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인플레이션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수요 측면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부분은 임대료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생활 물가와 함께 월세 등 임대료도 빠르게 상승한다.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국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월세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2023년 말 기준 뉴욕의 월세는 2019년 대비 30%, 베를린은 34% 상승했다.
대규모 유동성에 세계 곳곳 월세 급등
월세가 급등하면 부동산 임대 수익률이 상승하는데, 이는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과거 10억원짜리 건물에서 연 3000만원의 임대료가 발생했다고 하자. 수익률은 3%다. 그런데 임대료가 30% 올라 3900만원이 되면, 수익률은 3%에서 3.9%로 아주 짧은 시간에 0.9%포인트 상승한다. 투자 수익률이 높아진 만큼 많은 사람이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는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임대료 상승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신호탄 역할을 하며, 수요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김주원 기자
월세 상승에 있어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0년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서울 아파트 월세는 2020년을 기점으로 급변하기 시작했다. 2020년~2024년 서울 동남권 아파트 월세는 약 60% 올랐고,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도 50%를 넘었다. 이는 서울 부동산 시장이 팬데믹 이후 구조적인 전환기를 맞았음을 보여준다.
부동산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작동했던 대표적인 사례는 1923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였다. 1922년 제노아 회의가 실패하며 독일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무너졌고, 독일 정부는 국가 재정 적자를 통화 발행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급격한 통화량 증가는 환율 붕괴와 수입 물가 상승을 유발했고, 전반적인 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1923년 들어 본격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며 월간 물가 상승률이 50%를 넘기 시작했고, 화폐 가치는 사실상 붕괴했다. 1923년 9월 2억3000만 마르크던 계란 한 판 가격이 두 달 후인 11월에는 3200억 마르크에 달했다. 마르크화로 투자한 채권이나 은행 예금은 전부 휴짓조각이 됐지만 부동산은 예외였다.
예를 들어 100만 마르크짜리 부동산을 자기자본 20만 마르크와 대출 80만 마르크로 매입했다고 가정할 때,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마르크 가치가 1조분의 1로 하락할 경우 대출금 80만 마르크는 실질적으로 0이 돼 사실상 탕감되는 결과를 낳는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80만 마르크가 그야말로 ‘껌값’이 된 만큼 대출금을 갚아버리면 된다. 대출을 활용해 부동산을 디스카운트해 매입하게 된 셈이다.
부동산은 실물 자산이기에 본질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생활에서 공간은 계속 쓰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상황에도 임대료 등 사용료는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에 현금이나 채권을 보유했던 이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기 이전 부동산을 매입했던 이들은 실질 가치 보존은 물론 명목상으로도 자산의 급격한 상승을 경험하게 됐다.
금리 인하 고민하는 중앙은행
김주원 기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하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억제하려 한다. 인플레이션은 특히 서민의 삶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통화 당국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최근까지 경기가 좋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앞으로 물가 상승 염려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는 데 반해, 유럽연합(EU)과 주요국은 물가보다는 ‘경기 침체 대응’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경제가 좋지 않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신중하게 시장 상황을 관찰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은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실제로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3.25%로 내린 데 이어, 11월에는 3.0%, 지난 2월에는 2.75%까지 계속 인하했다. 특히 2024년 12월 계엄 조치 이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급격히 하락했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할 정도로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2020년 이후 누적 시공비 40% 상승
이처럼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국면 속에서 인플레이션은 이미 실물 경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 그중에서도 공급 측면의 핵심 변수인 ‘시공 비용’의 변화는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현실화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2020년 팬데믹 이전과 이후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시공비 상승 폭은 가파르다. 한국과 미국 모두 2020년 이후 시공비는 누적 기준 약 40% 가까이 상승했다. 이로 인해 재개발 현장에서는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이 일상화됐고, 이는 공사 지연과 사업성 악화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미래 공급 물량의 감소로 직결된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서로 엇갈린 흐름을 보일 수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월세가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투자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반면 공급자 입장에서는 시공비와 토지비가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고, 그 결과 공급 확대가 제한된다. 수요는 살아 있는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 부동산 시장의 지역적 비대칭성도 고려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지역 경기 침체, 미분양 등의 문제는 주로 지방에서 발생하는 반면 서울은 수도권 내 강한 대기 수요와 비교적 견조한 지역 경제, 극히 낮은 미분양률을 바탕으로 지방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 그에 따른 수요 증가와 공급 제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비를 줄이는 것이다. 국·공유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토지비를 낮춘 뒤, 공공이 주도하거나 민간과 협력해 리츠(REITs) 등 금융 상품을 결합한 개발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면서도 현재의 ‘인플레이션-금리-공급 불균형’이라는 삼각 구조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재건축 중단 위기에 놓였던 서울 강남구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현장. 지난해 6월 18일 재건축 현장 입구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신축 프리미엄, 부동산 양극화 야기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양질의 주택 공급이다. 인구 감소가 시작됐고 이미 주택 총량이 충분한 만큼 서울과 인근 지역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더는 이슈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런데 이는 수요의 ‘양’만 따지고 ‘질’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다.
서울의 인구는 1992년(1097만명)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0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2024년 등록 인구는 959만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인구가 33년간 12% 정도 감소했는데 ‘양’이 중요하다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0% 이상 떨어져야 맞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수백 퍼센트 상승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상승률만 해도 300%에 이른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무시한 부분이 소득이다. 도시민의 소득이 상승하면, 새로운 양질의 아파트에 거주하려는 욕구가 당연히 커진다. 즉 수요의 양이 아니라 ‘질’(수도권 주민의 소득 상승)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더는 주택 총량이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지속해서 공급해야 한다. 즉, 총량이 아닌 양질의 주택 공급이 시급한 이슈다.
양질의 주택을 지속해서 공급하지 않으면 신규 주택에 대한 프리미엄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주택 시장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작금의 서울 아파트 시장의 현실이다. 적시에 시장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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