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치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또 한번 투자 실력을 검증해 냈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474억4000만달러(약 68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시장 역시 즉각 반응했다. 버크셔 주가는 연간 실적 발표를 한 지난달 22일 이후 지속적인 오름세를 기록한 뒤 28일엔 역대 최고가인 77만4999.98달러(종가)를 기록했다.
그래픽=김의균
버크셔의 연간 실적 발표는 영업이익 성적표만큼이나 버핏 회장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버크셔는 대부분의 미국 회사와 다르게 분기·연간 실적 발표 이후 실적 발표회를 따로 하지 않는다. 매년 5월 버핏의 고향인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에서 열리는 주주총회를 제외하면 이 서한이 ‘투자의 귀재’ 버핏의 생각을 전해 들을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 셈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재 자산 시장에서 버핏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WEEKLY BIZ가 버핏의 주주 서한과 버크셔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 등을 분석해 봤다.
◇‘복리의 마법’ 실현했다
2008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성장 가도를 달려온 버크셔는 이번에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버크셔는 특히 지난해 미국 국세청(IRS)에 납부한 법인세만 268억달러에 이르러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세금을 낸 기업으로 기록됐다. 버핏은 “(버크셔는) 수조 달러의 시장 가치를 자랑하는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을 포함해 미국 정부가 그 어떤 기업에서 받은 세금보다도 많은 세금을 납부했다”며 “268억달러의 세금은 미국 기업 전체가 납부한 금액의 약 5%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은 이 같은 성장의 배경으로 ‘무배당’ 원칙을 꼽았다. 버핏은 1965년 버크셔를 인수하고 이 회사를 투자의 거점으로 삼은 뒤로 1967년 1월에 딱 한 번 주주 배당을 했을 정도로 배당에 인색했다고 전해진다. 배당, 자사주 매입 같은 직접적인 주주 환원 수단보다는 이익을 전부 사업에 재투자하는 쪽이 ‘복리(複利)의 마법’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버핏은 “(1967년에 한 배당은) 당시에 왜 이사회에 제안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지금 생각하면 악몽 같다”고 했다. 지난 60년 동안 버크셔 주주들은 지속적인 재투자를 지지했고, 결국 버크셔의 누적 법인세 납부액은 1010억달러를 넘어서게 됐다는 게 버핏 설명이다.
실제로 버크셔는 복리를 활용한 재투자로 60년 동안 빠르게 성장했다. 1965년 이후 연평균 19.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인수 직전 해인 1964년과 비교해 자산 가치가 550만%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투명한 경영’을 중시한다
그는 이번 서한 서두에서부터 자신의 경영 철학 중 하나인 ‘경영 투명성’이란 단어를 꺼내 들었다. 경영 투명성을 위해 버핏은 ‘실수’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한에서 “버크셔도 실수를 한다”며 “(나는) 2019~2023년 사이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실수’ 또는 ‘오류’라는 단어를 16번이나 사용했다”고 했다. 그는 “다른 대기업들은 이 기간 ‘실수’ ‘오류’란 단어를 쓴 적이 없다”면서 “가장 큰 죄악은 실수를 바로잡지 않고 미루는 행위”라고 했다. 버핏은 또 “실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승자는 영원히 꽃피울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 같은 투명 경영의 모범 사례로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피트 리글 포리스트리버 최고경영자(CEO)를 예로 들었다. 포리스트리버는 캠핑용 차량을 만드는 회사로, 버크셔가 2005년 인수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기도 한 리글 CEO는 자신의 회사를 버크셔에 매각하면서 자신의 연봉으로 10만달러만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곤 인수 당시 수익보다 높은 수익을 낼 때 추가 수익의 10%를 인센티브로 달라고 했다고 한다. 리글이 단순 고용인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가진 동업자로서의 역할을 하려 했다는 뜻이다. 버핏은 “리글은 탁월한 리더십과 검소한 보상 요청으로 주주들의 부를 수십억 달러 증가시켰다”며 “(리글 같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성공적인 결정이 시간이 지나며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걸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특히 리글을 예로 들며 “CEO를 뽑을 때 (출신) 학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유명 대학을 나온 훌륭한 경영자도 있지만, 리글처럼 덜 알려진 학교를 나왔거나 학위가 없어도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이 많다”며 “사업적 재능은 상당 부분 타고난다”고 했다. 리글은 노던미시간대에서 학사를 따고, 웨스턴미시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주식에 여전히 진심이다
최근 버크셔의 현금 보유량이 급증하며 시장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미국 주식이 고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버크셔가 주식을 매도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3540억달러로 10분기 연속 늘었지만, 상장 주식 보유량은 2720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23% 줄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일부 평론가는 현재 버크셔의 현금 보유량이 과도하다고 평가하지만, 회사 자금의 대부분은 공개 및 비공개 주식에 투자돼 있다”면서 “이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버크셔 주주들은 자금의 상당 부분을 영원히 주식에 투자할 것이므로 안심해도 된다”며 “현금성 자산을 우량 기업의 소유보다 선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버핏은 미국 주식에 대한 확고한 선호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버크셔가 미국이 아닌 다른 어떤 곳에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버크셔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지금처럼 성공했을 것”이라 했다. 버크셔의 성공은 미국 덕이란 뜻이다. 2021년 주주 서한에서 “절대 미국에 반대로 투자하지 말라”고 했던 그의 철학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토추 등 일본의 5대 종합상사에 대한 투자는 예외적으로 판단했다. 그는 “각 사의 지분 보유 비율을 10% 미만으로 억제하는 기존 방침을 변경해 상한을 적절히 풀기로 합의했다”며 “이런 방식을 수십 년 동안 유지하고 앞으로 5사와 생산적으로 협력할 방법 역시 찾겠다”고 전했다.
◇마지막 주주 서한?
1930년생인 버핏은 이번 주주 서한에서 자신의 나이를 언급하며 후계자로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을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그는 “그레그 에이블이 나를 대신해 연례 서한을 작성할 날이 멀지 않았다”거나 “그레그는 찰리처럼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며 에이블을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그의 오랜 투자 동반자였던 고(故) 찰리 멍거와 에이블 부회장을 비교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핏은 또 “그레그와 이사진 그리고 나는 여러분(주주들)이 손실을 입는 만큼 손실을 입는다”거나 “그레그가 일본 투자에 대한 지위를 유지할 것” 등과 같은 발언을 이었다. 에이블이 자신의 뒤를 이어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성과를 낼 것이라 강조한 셈이다.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5/03/06/ZJJGVSQPXFDQ3PGMCGWTSDWT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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